尹, 빨간 넥타이에 양복 입고 헌재 출석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 확고한 사람”
변호인 “한동훈 사살지시 안해”에 눈 질끈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자신의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차림에 붉은 넥타이를 맨 채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도 가지런히 정리한 상태였다. 윤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계엄 선포 이후 49일 만이다. 탄핵소추된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 尹 “저는 자유민주주의 신념 확고한 사람”
이날 오후 2시경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피청구인(윤 대통령) 본인 나오셨습니까”라고 묻자 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뒤 다시 착석했다. 본격적인 재판 시작에 앞서 윤 대통령은 손을 들고 “뭐라 말씀드릴지 모르겠지만 양해해주시면 일어나서 (발언) 할까요”라며 재판관들에게 발언 기회를 구했다.
문 권한대행의 허락을 받은 윤 대통령은 약 1분간 직접 발언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철 들고 난 이후 지금까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며 “헌법재판소도 헌법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 만큼 재판관님들께서 여러모로 잘 살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 소송으로 업무 과중하신데 제 탄핵 사건으로 고생하시게 되어 재판관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비상계엄 선포 경위를 설명하며 포고령을 실제로 집행할 의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 및 사살 지시를 내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은 거대 야당의 전무후무한 탄핵소추 남발과 입법 폭주, 예산 무차별 삭감 등을 멈추도록 호소하고 경고하고자 한 것”이라며 “(포고령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초안을 잡은 것으로 국회 의정활동을 금지하려 한 게 아니었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존재했던 예전의 군사정권시절 계엄 예문 그대로 필사한 것을 피청구인이 수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계엄의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집행 의사가 없었고 상위법 저촉 소지가 있어 실행할 수도 없었다”며 “구체적 집행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의 불법적 행동이 있으면 금지하려고 한 것이지 정상적 의정 활동을 금지하려는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요 인사 체포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계엄 선포 당시 결코 법조인을 체포·구금하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한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고 지시한 바도 전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를 사살하라고 했다는 보도는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며 “지시한 적도 없는데 황당한 것을 가지고 탄핵소추 사유로 언급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News1
● “부정선거 음모론 아닌 사실 확인 차원”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윤 대통령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혐의에 대해 항변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비상입법 관련 예산 편성 쪽지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느냐’는 헌재의 질문에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그리고 나중에 이런 계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기사에서 봤다”고 답했다.
이어 “기사 내용은 부정확하고 그러면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국방부 장관이 그때 구속이 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했다”며 “그런데 내용을 보면 내용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하여튼 뭐 그 부분에 대해선 그렇다. 자세하게 물어보시면 아는 대로 답변하겠다”고 덧붙였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 배진한 변호사 등이 참석하고 있다. 2025.01.21.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은 이날 변호인단이 발언하는 동안 좌석에 설치된 마이크를 더 가까이 대고 말하라고 손짓하기도 했다. 또 굳은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 뜬 채 좌우를 번갈아 쳐다보기도 했다. 차 변호사가 말을 살짝 더듬을 때는 그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봤다. 오후 2시 33분경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사살하란 지시는 없었다’라고 차 변호사가 발언하자 눈을 질끈 감으며 양팔을 무릎 위에 올리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3시 36분경 휴정 직전 다시 발언권을 얻어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앞세웠던 부정선거 의혹 관련해서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한다.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후에 만든 논리라고 하는데 이미 계엄 선포 전에 여러가지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의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3년 10월 국정원의 선거관리위원회 전산장비 극히 일부를 점검한 결과 문제가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봐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거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게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이었다는 것을 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국회 측이 제시한 증거 중 하나인 비상계엄 당일 국회 CCTV 영상 관련해서도 “군인들이 (국회) 직원들이 저항하니까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데도 그대로 나오지 않느냐”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다고 소추인 쪽에서 민주당에서 하고 있는데 12월 3일 밤에 내려진 의결을 군을 투입해 방해했다고 한다면 그럼 그걸로 더 이상 계엄 해제 요구를 못하고 계엄이 쭉 가는것이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에서 국회와 언론은 대통령보다 초(超) 갑이다”며 “못하게 하면 국회가 아니라 다른 장소 얼마든지 계엄 해제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해제 요구를 막았다고 여러가지 증언들을 모아 얘기하는데, 계엄해제 요구 결의를 보고 바로 군을 철수 시켰다”며 “퇴각 과정에서 국회의장 공관 옆에 군인들 지나가는 게 마치 (국회)의장을 오전 2시에 체포할 것처럼 나온 거 아닌가 싶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