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 막판 ‘탄자니아-마다가스카르 출장’ 신청한 의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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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막판 ‘혈세’ 외유]
사무처 ‘일정 일부 삭제’ 조건부 허용
낙선 의원 등 이달 출장 최소 8건
“국민 세금으로 외유성 출장” 지적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4명은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친환경 자전거 도시’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7박 8일 일정의 프랑스와 네덜란드 해외 출장 계획서를 올렸다가 국회사무처로부터 미승인 통보를 받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해 이달 29일로 국회의원 임기가 끝난다.

#새로운미래 설훈 의원과 민주당 신현영 의원,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이달 9일부터 약 5일 일정으로 탄자니아를 방문한다. 3명 중 4·10총선 당선인은 이 의원뿐이다. 국회 아프리카포럼 소속인 이들은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강화하겠다며 애초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로 출장을 신청했으나, 국회사무처로부터 마다가스카르 일정을 제외해 출장 기간을 단축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막판 혈세 출장’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중 확정된 국회 상임위원회 및 의원 모임 출장만 8건이었다. 상임위 중에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스위스, 오스트리아), 행정안전위원회(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도 출장을 다녀왔거나, 곧 떠날 예정이다. 여성가족위원회 일부 의원도 스위스로 출장을 떠난다. 이 중엔 국회의원 임기 종료 3일 전인 이달 26일까지 출장 기간이 이어지는 일정도 있다.


특히 4·10총선에서 낙선·낙천한 의원들도 대거 출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논란이 예상된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에는 국회사무처 지원 인력 경비 등을 포함해 1인당 2000만 원 안팎의 막대한 세비가 소요된다. 전문가들은 “낙선·낙천자들의 임기 말 출장은 22대 국회에서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외유성”이라고 지적했다.

활동 시한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도 8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영국과 스웨덴 등으로 해외 출장을 떠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뭘 잘했다고 말년 포상휴가를 가나” “21대가 다 끝나가는데 이 무슨 뒷북 출장이냐”(개혁신당 천하람 당선인)라는 비판이 나왔다.

낙천의원 등 4명 “유럽 자전거 도시 출장”… 국회서 “부적합” 퇴짜


국회 ‘막판 혈세 출장’
“캐나다 AI 점검” 신청했다 미승인
정치권 “낙선자 배려 외유 관례”
1인 평균 비용 2000만원 넘어
이달에만 3건 이름 올린 의원도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같은 당 윤후덕 의원 등 5명과 함께 4일 출국했다. 이들은 11일까지 우즈베키스탄과 일본을 찾아 ‘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으로 ‘의원외교’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6일 동아일보가 국회 의원모임과 국회 상임위원회 등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박 의원 등의 출장을 포함해 5월 중 확정된 해외 출장만 8건이다. 박 의원과 같은 포럼에 소속된 민주당 김경협 의원 등 5명도 20일부터 26일까지 미국을 찾아 의원외교에 나선다. 29일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는 가운데 여야가 어느 때보다 급랭한 정국 속에 마지막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與野, 임기 만료 앞두고 앞다퉈 해외로

특히 출장 대상자 중에는 4·10총선에서 낙선했거나 낙천해 다음 국회에서 활동하지 않는 의원도 다수 포함돼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낙선한 의원들에게 마지막 ‘배려’ 차원에서 출장을 안배해 주는 경우가 관례”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금를 들여 낙선자에 대한 외유성 출장을 보장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22대 국회에서 정책 활동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만큼 정책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것.

윤광일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차기 국회에서 실권을 잃은 사람들이 약속을 어떻게 지킨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취지와 맞지 않게 낙선자 등이 외유하는 데 큰 예산이 쓰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차원에서 출장에 퇴짜를 놔야 할 정도의 외유성 출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은 최근 다른 의원 3명과 캐나다의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 현장을 확인하겠다며 6박 7일 일정에 대한 계획서를 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방문 목적과 내용이 맞지 않는다는 국회 차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의원들은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해외 순방행을 지적하며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국회의장이 국민의 혈세로 해외 순방을 갈 수 있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비판한 바 있다.

새로운미래 김종민 의원이 민주당 황희 의원,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 등과 함께 민간형 국부펀드와 연금개혁, 가상화폐 등을 연구하겠다며 싱가포르와 호주를 방문하겠다고 신청한 내용도 최종 부결됐다. 대표단 관계자는 “지난해와 방문국·목적이 같다는 이유라고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 등 4명은 지난해 5월 6박 9일 일정으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김 의원 측 계획과 동일하게 싱가포르와 호주를 방문한 바 있다. 다만 김 의원 측은 출장 재추진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해외 방문 계획이 부결되는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며 “해외 출장을 나가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다 보니, 최소한의 요건을 맞추지 못한 출장 계획서를 올리는 일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출장을 앞둔 의원들은 모두 “외유성 출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4일 스위스 제네바 출장을 앞두고 있는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지적 관련 국회 대표로서 방문하는 차원”이라며 “그동안 와달라는 요청이 꾸준히 있었다”고 했다. 9일부터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국회 아프리카포럼 회장과 사무총장, 차기 회장 자격으로서 ODA 사업과 연대를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고 했다.

● 1인당 2000만 원 안팎 소요…“세금 낭비” 지적

국회의원들은 해외 일정에 드는 비용을 국회사무처 또는 국회 상임위 예산 등으로 지원받는다. 대표단 자격으로 현안 해결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특정 현안 외교의 경우 비즈니스 클래스 기준 항공비와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른 일비·식비·숙박비가 지급된다. 여기에 공식 오·만찬 개최 비용과 차량 임차료 등이 함께 지원된다.

실제로 21대 국회의원들의 최근 해외 출장 일정에는 수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 3월 민주당 박병석 의원 등 3명이 국회평화외교포럼 대표단 자격으로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 지역을 6박 8일간 방문했을 당시 6449만2000원의 비용이 들었다. 1인당 약 215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 셈이다. 민주당 맹성규 의원 등 4명이 의원친선협회 대표단 자격으로 그리스와 이집트 등을 6박 8일 일정으로 방문했을 당시에도 8351만1000원(1인당 약 2087만 원)이 들었다.

통상 국회의원들은 해외 출장을 갈 때 여야 균형을 맞춰서 출장단을 짜는데, 그러다 보니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은 출장 기회를 받기도 한다.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의 경우 5월에만 3건의 해외 출장 일정에 이름을 올렸다. 양 의원이 해당 출장을 모두 허락받았다면 9일부터 26일까지 내내 해외에 머무는 일정이었다. 양 의원도 22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다만 양 의원의 경우 해외 출장이 너무 잦다는 지적에 따라 명단에서 최종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혈세 출장#국회의원 출장#외유성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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