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엔 관세로 보복… 中, 시진핑-블링컨 만난 날 법으로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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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철강 등 3배 인상”에 맞서
中, 상호주의 강화 법안 첫 명문화
관세 통한 무역전쟁 다시 점화
블링컨 “中, 北 대화하도록 압박을”

중국이 26일 “중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협정을 위반하고 관세를 부과하면 이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관세법을 개정했다. 12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을 두고 최근 중국산(産)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인상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맞불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왕이(王毅) 외교부장(장관)을 만난 날 미국의 관세 인상에는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11월 미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쟁하듯 “재집권하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전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휴전 상태였던 관세를 통한 무역전쟁까지 미 대선을 앞두고 격화하는 모양새다.

● 中, 사상 최초로 ‘보복 관세’ 명문화

시진핑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날 상호주의 원칙을 강화한 새 관세법 17조를 통과시켰다. 핵심은 중국과 무역협정을 맺었음에도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국가의 상품에는 중국 역시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보복 관세’ 원칙이 중국 법에 적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미국은 2020년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미국이 새 관세법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로이터에 “상대국이 중국을 때리면 중국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핵무기’와 비슷한 조치”라고 진단했다.

바이든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3배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이 근거가 되는 법이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관세 등 광범위한 보복 조치로 대응하도록 하는 미 무역법 301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2018년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는 최근 “재집권하면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블링컨 장관은 26일 시 주석과 왕 부장을 연이어 만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과잉 생산이 미 시장과 전 세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25일 인터뷰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해 “어떤 방안도 테이블 아래로 내려놓지 않았다”며 대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연합(EU) 또한 중국산 의료기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서방이 보호무역주의를 행사하며 중국의 발전을 억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 “中, 북-러에 개입하라” vs “모두 패자 될 것”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려는 영향력을 행사해 주요 2개국(G2)에 걸맞은 책임을 지라고 압박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에 위험한 행동을 종식하고 대화에 관여하도록 압박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또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각종 지원을 지속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중국의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군분투할 것”이라며 “중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도 “필요하다면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 은행들을 제재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반면 왕 부장은 “중미 관계가 안정을 되찾는 와중에도 부정적 요인들이 쌓여 가고 있다”며 “미국과의 갈등이 심화된다면 모두가 패자가 될 수 있다”고 맞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무역전쟁#관세법 개정#보복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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