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역량 갖춘 한국, 선별적 복지 바람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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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뒤플로 MIT 교수, 오 시장과 대담
서울시, 안심소득 중간조사 발표
“1단계 지원가구 22% 소득 증가”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소득보장제도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소득보장제도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한국처럼 행정 역량을 갖춘 나라는 필요한 곳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콘퍼런스홀.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개회식 직전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가의 경우 보편적 소득보장이 적합할 수 있지만 한국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역대 최연소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뒤플로 교수는 빈곤 문제에 천착해 온 프랑스 출신 경제학자다.

● 하후상박 소득보장 실험 성과 공유

‘소득보장 제도가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소득보장 실험을 이끌고 있는 전 세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뒤플로 교수는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한 특별대담에서 오세훈 시장과 ‘안심소득’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시범도입한 안심소득은 저소득층 가구소득과 중위소득의 85%(올해 4인 가구 기준 459만 원)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은 돈을 주는 ‘하후상박’ 구조로 설계됐다. 일정 금액까지는 소득이 생겨도 돈을 주는 방식으로 근로 의욕도 유지시키도록 했다. 오 시장은 “기본소득 실험과 달리 어려울수록 많이 돕는 ‘하후상박’ 형태의 소득 보장 실험은 어느 나라에서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는 게 의아했다”며 안심소득 도입 배경을 설명하고 성과를 공유했다. 뒤플로 교수는 “안심소득은 일정 수준의 부를 축적한 국가의 적절한 소득보장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호응했다. 또 “내가 만약 시범사업을 설계했다면 이와 비슷하게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둘은 대상 선정이 어렵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인식을 공유했다. 오 시장은 “한국 사회의 경우 자영업자 비율이 상당히 높아 실시간으로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뒤플로 교수는 “대상 선정이 어렵다는 점에 공감한다”라면서도 “파악되지 않는 소득이 있다 하더라도 취약계층이 배제되는 것보단 낫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오 시장은 “안심 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경제적 약자가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빈곤 상태를 벗어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나타난다면 다음 대선 때 어느 후보든 공약화하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 복지 사각지대 54% 안심소득 받아

한편 서울시는 이번 포럼에서 2025년까지 진행되는 안심소득 시범사업의 1차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7월 선정된 1단계 시범사업 참여 1523가구(지원가구 484가구, 비교집단 1039가구)다.

서울시는 “1단계 시범사업 지원가구 중 현행 복지제도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가구 비율이 54.1%에 달했다”며 “조사 결과 안심소득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 중 21.8%가 지난달 기준으로 근로소득 증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4.8%는 지난달 기준으로 가구소득이 중위소득 85% 이상으로 증가해 더 이상 안심소득을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행정#한국#선별적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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