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 트램 도입 가시화 “2029년 세계 최초로 국내서 개통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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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친환경-경제성 등 장점 많은 트램… 교통 문제 해결 대안으로 떠올라
수소 전기 방식, 배터리보다 안정적… 충전 한 번으로 장거리 운행 가능
현대로템-자동차연구원 등 참여해… 수소 전기 트램용 시험 차량 개발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수소전기 트램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수소전기 트램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트램은 산업화 시대를 겪으면서 입체적 도로교통 체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트램은 과거와 다르게 도시 프로젝트의 도심 재개발과 공공 공간 정비의 수단으로 재인식되고 친환경 청정에너지 운송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트램은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된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승용차와 버스가 사용하는 도로를 같이 사용하면서 지하철이나 경전철보다 적은 비용으로 도입 가능한 장점 때문에 최근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트램의 친환경성과 관광 상품으로서의 매력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트램 국내 도입을 위한 기술 검토에 돌입하면서 국내에서도 트램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교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주목
트램은 철도 시스템을 일반 도로에 적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형태의 교통 시스템으로서 기존의 도로 시스템에 비해 안전성, 친환경성, 경제성, 편리성의 장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도로나 분리된 전용 궤도를 주행하는 경량 철도로 도심 부흥과 친환경성의 장점이 있어 지자체의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차량의 바닥 높이를 일반 도로의 보도 높이에 맞춰 낮게 만든 100% 저상 트램은 휠체어나 유모차, 자전거 등을 별도 시설이나 장비의 도움 없이 그대로 승하차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기도 하다. 기존의 도로 운송 수단과 대비해 편리성이 높은 것이다.

트램은 초기 건설비와 인건비가 다른 철도 시스템에 비해 적게 들고 저렴한 운영비와 더불어 저공해성, 친환경적인 신개념 대중교통으로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 문제, 교통안전 문제, 이동 편의성 제공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트램이 사라진 이후 이러한 장점이 있는 새로운 교통 시스템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없었지만 이미 현대로템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트램의 기술 개발이 완료돼 오래전부터 튀르키예(터키) 이즈미르, 캐나다 밴쿠버 등 여러 도시에 트램을 제작 및 공급해 왔다. 최근에도 폴란드 바르샤바에 현대로템에서 제작한 트램을 대량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미 기술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있고 실제 적용 사례가 있으므로 국내 도입 시 수월한 제품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들은 국내 교통 환경에 맞춰 트램을 도입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현재 트램 도입을 검토하는 지자체들은 전기선이 없는 이른바 무가선 방식 도입을 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시 미관이나 주변 환경을 고려해 전차선이 있는 유가선 방식보다는 전차선이 없는 무가선 방식이 트램 신규 도입 시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도심 등의 일정 운영 구간에서 전차선을 없애고 완전 무가선으로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운행 선로의 길이를 30㎞ 내외로 길게 구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통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배터리 트램의 경우 약 2시간에 달하는 긴 배터리 충전 시간과 3년 정도로 예상되는 낮은 내구 수명 등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매우 긴 운행 구간을 구상하는 지역에서는 상용화 제품으로 선택을 받는 데 아직은 한계가 있다.

다만 기술 수준이 높아질 경우 무가선 트램 도입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미 국책 연구과제를 통해 지자체의 요구를 충족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무가선 트램에 대한 개발이 완료됐고 올해 내에 실용화 단계를 완료할 계획이다.

배터리 방식 보완 위해 기술 개발
2000년대 이후 배터리를 활용한 철도차량의 개발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국내에서도 배터리를 활용한 트램이 개발됐다. 정부 국책 연구과제로 철도기술연구원, 현대로템 등이 개발에 참여한 초기 배터리 기술을 활용한 트램은 동력 장치 대신 가선(카티너리)을 통한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됐으며 약 5㎞ 정도의 구간을 전기 공급 없이 운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가선으로 인한 도시 미관 침해와 트램 운영의 구조적 한계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의 지자체에서는 운행 전 구간을 무선으로 운영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현재까지 개발돼 적용 가능한 무가선 트램은 전력 공급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지만 현재의 국내 환경을 고려해 국내에서 적용이 가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방식은 ‘슈퍼캐퍼시티+배터리 방식’과 ‘수소 전기 방식’ 두 가지로 요약된다. 두 방식 모두 배터리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슈퍼캐퍼시티+배터리 방식’은 배터리 방식에 대용량 저장 장치인 슈퍼캐퍼시티를 병합하는 방식으로 배터리의 용량, 사용 빈도, 충전 시간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거장마다 슈퍼캐퍼시티를 설치해 짧은 운영 구간과 긴 충전 시간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배터리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오랜 충전 시간의 한계, 저온에서 성능 저하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거장마다 슈퍼캐퍼시티를 설치하는 시스템으로 슈퍼캐퍼시티의 특징인 높은 에너지밀도로 빠른 충전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용량 대비 부피가 크고 고비용이 필요하며 여기에 전력 공급 설비의 구축을 위해 정거장마다 설비를 추가해야 하고 유지보수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대만, 독일, 스페인, 독일 등에서 일부 구간에 슈퍼캐퍼시티 방식을 도입했지만 말 그대로 ‘슈퍼’급의 에너지 저장과 배출이 가능한 캐퍼시티를 만들고 철도차량용으로 사용하는 기술은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실증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개발이나 적용한 사례가 없어 효과나 운영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점도 주목된다.

특히 핵심 요소인 철도차량용의 대용량 슈퍼캐퍼시티는 처음 기술을 개발한 일본과 미국, 독일 등의 몇몇 국가에서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전부 해외 기술로 도입해야 하므로 이럴 경우 국내 지자체가 도입한 경전철의 많은 실증 사례에서 보듯이 당연히 과거 기술이 도입되고 유지보수품의 구매나 AS 등 유지보수의 편의성이 취약하다는 문제점도 있다. 또한 주행거리가 길수록 슈퍼캐퍼시티 설치를 위한 비용이 많이 증가해 운영 구간의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약 20㎞를 기준으로 150억∼200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램과 같은 철도차량 사용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반면 ‘수소 전기 방식’은 저장된 수소로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이다. 차량 내부에서 전기를 생산해 한 번의 수소 충전으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며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열 폭주 현상과 같은 폭발 현상이 없는 안정성이 장점이다. 현재 수소 이용에 있어서는 수소 생성을 위한 기반 시설 부족으로 수소 공급 충전소가 부족하고 배터리 활용보다는 상대적으로 고비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많은 기업이 수소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비용 문제는 빠르게 극복되고 있는 추세다.

또 수소 전기를 활용한 철도차량 또한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개발 중이거나 부분적 상용화가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소 전기 트램을 개발한 현대로템이 앞으로 전동차, 기관차에 차례로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할 계획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7월 현대로템이 개발과 실증을 총괄하고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울산테크노파크가 공동으로 참여해 수소 전기 트램용 연료전지 시스템 및 주요 부품 개발과 해당 부품을 탑재한 수소 전기 트램 시험 차량을 개발한 바 있다.

해당 기술은 2023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성능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순수 국내 자체 기술로 철도차량 실증 작업을 거치고 있다는 점에서 슈퍼캐퍼시티 기술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국내 수소 전기 활용 기술을 철도차량에 적용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탈이산화탄소 정책에 부합하는 중요한 화석연료 대체 사업이며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해당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소와 산소의 결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소 전기는 무한하고 순수한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를 주요 동력원으로 사용해 추진하는 수소 전기 트램은 타력 운행 및 제동 운행을 할 때의 회생 에너지를 저장해 추진 동력이 부족할 때 보조 동력으로 활용하므로 에너지 효율을 더욱 증대시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소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만큼 현재 일부 지자체가 걱정하고 있는 수소에너지의 적용을 위한 초기 인프라 구축과 운영 유지비용은 빠르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무한한 자원인 수소에너지의 수요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소를 공급하는 비용은 급격히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울산, 수소 트램 실증사업 및 도입 가시화
최근 들어선 수소연료전지를 검토하는 지자체가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정부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 계획의 틀을 세우고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개발하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국내에 부품에서 완성품까지 충분히 축적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할수록 그만큼 시스템의 표준화를 통해 인프라 구축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의 절감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시는 현재 현대로템과 함께 수소 상용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가 있어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지역이고 석유화학단지와 현대자동차를 잇는 수소 배관망이 이미 구축돼 있어 충분한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수소에너지 활용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달엔 울산 도시철도 1호선 사업이 기획재정부 사업 타당성 재조사 문턱을 넘으면서 수소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트램 적용이 가시화됐다. 울산은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없다. 울산 동쪽과 서쪽을 잇는 1호선 수소트램은 시가 추진하는 첫 도시철도 사업이다. 이로써 울산시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트램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됐다.

울산은 수소 시범도시로서 연간 약 80만 t에 달하는 수소를 생산하고 있고 수소를 운송할 수 있는 지하 배관도 약 120㎞가 깔려 있다. 또 10여 개의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수소트램을 건설하기에 최적지 중 한 곳으로 꼽혀 왔다.

수소전기 트램을 개발한 현대로템은 울산에서 수소전기 트램 시범 운영에 나선다. 수소전기 트램은 충북 오송 철도종합시험선에서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태화강-울산항역 간 약 4㎞ 길이의 선로에서 약 2500㎞를 시험 주행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수소전기 트램 운영을 통해 수소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는 2026년 도시철도 1호선 착공에 들어가 2029년 개통하겠다는 구상이다.

“합리적 시스템 도입 위해 꼼꼼한 검토 필요”
업계에선 화석연료의 퇴조와 함께 미래 연료에 대해 중앙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과 시스템 도입 이후 유지보수 편의성 등을 고려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지자체가 가장 원하는 하는 트램 시스템이 무가선으로 30㎞ 이상의 장거리 운행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면 앞서 거론한 ‘슈퍼캐퍼시티+배터리 방식’과 ‘수소 전기 방식’의 두 가지 시스템 중 더 합리적인 시스템을 선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트램을 위한 신기술 개발은 현재 트램 도입을 논의 중인 지자체에 ‘수소 전기 방식’과 ‘슈퍼캐퍼시티+배터리 방식’의 두 가지 선택지 중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가 하나의 숙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이며 생기는 갈등과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에 수반되는 총수명, 유지비용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더해 지자체에서는 선택한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화성-동탄 트램 등의 도입을 적용한 일부 지자체는 국내에서 국가 과제로 개발되고 실증되는 수소전기 트램보다 슈퍼캐퍼시티 시스템을 더 선호하고 있다. 당장의 수소 구입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보니 시스템 구축의 투자 및 운영비용보다 수소전기 시스템의 총비용이 더 높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수소 시스템을 선호하는 입장에선 트램 도입을 논의할 때 수소전기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미래 청정에너지원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이는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시대에 세계 경제 동향이나 자원 보유국의 정치적 행동에 민감한 상황에서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사용에 제한이 없고 우리나라가 기술을 선도하고 있어 향후 기술 종속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에너지보다 수소에너지 비용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한다.

또한 중앙정부에서도 국가 정책적으로 수소에너지 활용을 적극 지원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느끼고 있는 불확실성의 해소를 위해 더욱더 명확한 미래 수소에너지 정책에 대한 목표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 철도 업계 관계자는 “트램 도입을 진행 중인 국내 일부 지자체에서 국가가 선도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외면하고 여러 이유와 사정을 들어 해외 기술 도입을 추진 중인데 이는 이미 가치가 떨어진 오래된 기술이 도입되거나 중국 등 저가 부실 해외 부품 사용 등이 예상돼 추후 유지보수와 운영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전철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시작부터 부실 도입의 논란이 있는 부분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는지 반성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철도 시스템은 많은 초기 비용이 투입되고 한 번 정해지면 거의 영구적으로 사용되는 시스템이므로 처음 선정할 때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과거 수요 예측에서부터 시스템 방식 및 공급자 선정까지의 전 과정에서 적절치 않은 판단으로 경전철을 도입해 현재 경제적·사회적으로 해당 지역사회에 큰 부담을 준 경전철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앞으로 트램 도입 시에는 비용, 품질, 운영 유지비용, 정책 방향, 사회적 분위기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강소기업#기업#수소전기 트램#교통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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