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띄운 솜사탕 나무… “동심으로 전하는 위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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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김인옥 개인전

김인옥 작가의 2023년 작품 ‘기다림’. 갤러리나우 제공
김인옥 작가의 2023년 작품 ‘기다림’. 갤러리나우 제공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그림 속에서 표현하기로 했어요. 그런 시간이 언젠간 올 수도 있다는 상상과 기다림을 담아 만든 작품들입니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나우에서 26일까지 개인전 ‘The Story of Wonderland’를 여는 동양화가 김인옥(68)이 말했다. 전시에선 그의 대표 시리즈인 ‘기다림’ 연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항금리 가는 길’과 ‘기다림’ 시리즈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두 주제를 통해 고향과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반추상 작업에 집중했던 작가는 1990년 작업실을 경기 양평군 강하면 항금리로 옮기면서 작업에도 변화를 맞았다. 작품 속에 솜사탕처럼 생긴 나무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좌절했던 IMF 외환위기 시기에 어느 날 나무를 보니 답답하고 불쌍해 보였어요. ‘쟤는 저 자리를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늘로 띄워 보냈어요. 그다음엔 꿈을 담아서 그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록색, 분홍색, 노란색을 더했죠.”

이 작품들의 특징은 동양화 기법으로 채색했다는 점이다. 작가는 “홍익대 대학원을 다닐 때 조복순 교수께서 ‘색채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채색화를 하라고 권했다”며 “부전공으로 서양화를 했기 때문에 채색이 나에게 맞았다”고 설명했다. 동양화 채색은 종이 위에 아교 백반을 섞어 막을 한 번 입힌 뒤, 여러 색을 중첩하면서 원하는 색을 입힌다. 두께감이 생기면서 유화와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김인옥은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을 떠나 피폐해진 영혼이 위안받을 수 있는 세계를 추구한다”며 “가는 연기를 내뿜으며 평원을 달리는 기차가 암시하는 기다림, 아련한 서정은 동심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평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자연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채색과 조형성으로 탄탄한 화면 구성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197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 입선하고 1992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동양화가#김인옥#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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