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금 위해 월급 34% 납부’… 이런 미래 물려주고 싶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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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이대로 유지하면 2055년 기금이 바닥나 1995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60년부터는 근로자들이 월수입의 최대 34.3%를 떼어 고령자에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어제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다. 올 1월 잠정 추계와 비교하면 기금 고갈 시점은 같지만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율은 크게 늘었다.

정부는 출산율과 경제 상황 두 가지 변수를 조합해 재정 전망을 했는데 보험료 부담이 잠정치보다 커진 주요 이유는 출산율이다. 1월 추계 때는 2050년 합계출산율을 1.21명으로 가정했지만 이번 추계에서는 0.98명이 되는 상황까지 감안했다. 이 경우 2060년 보험료율은 34.3%로 월 4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내는 보험료는 회사 부담분을 합쳐 137만2000원이 된다. 출산율을 1.21명으로 잡아도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설정하면 보험료율은 32%로 최악의 출산율일 때와 큰 차이가 없다. 출산율이 1.21∼1.4명이면서 경제 전망이 비관적이지 않은 시나리오를 제외하고는 모든 경우의 수에서 보험료율은 30%가 넘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 출산율이 0.78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정부가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마저도 낙관적이라고 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 이후 혼인율이 회복되고 한 해 출생아 수가 70만 명대로 많았던 에코세대(1991∼1995년 출생)의 출산 붐으로 출산율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난해 혼인 건수는 역대 최저치로 11년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시나리오에는 출산율이 0.98명이면서 경제 전망이 비관적인 최악의 경우는 아예 빠져 있다. 이를 가정하면 미래세대의 연금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국회가 연금개혁에서 사실상 손을 뗀 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연금개혁안을 짜야 한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기금 투자수익률이 기본 가정치인 4.5%에서 0.5%포인트만 올라도 기금 소진 시점을 2년, 1%포인트가 올라가면 5년 늦출 수 있다. 지난해 수익률은 역대 최저인―8.22%였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4.9%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일본(5.3%)에도 뒤진다. 정부가 약속한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국민연금#보험료 부담#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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