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낮춘다고? ‘팩트’는 디테일에 있다[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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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역대 최대 하락
정부, 보유세 부담 대폭 낮췄다 큰 자랑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에 따라 하락 폭 큰 차
종부세 수준 결정할 세율도 미지수로 남아
세수 큰 폭 감소 불가피한 지자체에는 악재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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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18.61%, 역대 최대 하락”
신문기사에서나 볼 법한 이 제목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보도자료에 달린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 국토부의 보도자료는 대부분 건조하다 싶게 느껴질 정도로 중립적인 표현을 썼습니다. ‘000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열람’이라는 식입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게 된 데에는 공시가격 하락폭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의 보유세를 결정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1% 하락한 것은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2006년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떨어진 것은 이번을 빼면 두 차례에 불과합니다. 2009년(-4.6%)과 2013년(-4.1%)입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경기가 급락했던 2008년과 이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2012년의 여파였습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지난해 집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정부가 2023년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대통령 선거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춘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보유세는 2020년 대비 20% 이상, 건강보험료는 월 평균 3.9%, 국민주택채권 매입부담은 연간 1000억 원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국가장학금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 장려금(근로, 자녀) 등에서 활용하는 소득환산액 등도 감소해 복지혜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보유세의 큰 폭 감소에 변수가 적잖습니다. 보유세 감소폭은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되는 공시가격 비율·이하 ‘가액비율’)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런데 공시가격의 경우 공동주택에 포함되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 등 주택유형에 따라 하락폭에 큰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번 조치로 아파트 소유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아예 확정되지도 않았습니다.

공시가격 하락이 마냥 국민 혜택으로 이어질지도 의문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세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최근 며칠 동안 신문과 방송을 도배했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속내를 짚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아파트 20% vs 연립·다세대 한 자릿수 가능성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보유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수 있는 사례로 공시가격 11억 2000만 원(시가 15억 원 정도)짜리 공동주택을 제시했습니다. 1가구 1주택자 기준 2023년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274만 원으로 지난해(403만원)보다 -30.5%, 2020년(372만 원)과 비교하면 -24.8%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유세 감소가 모든 공동주택에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큰 폭 인하가 전제조건으로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구멍이 있습니다. 공동주택은 다시 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로 나뉘는데, 주택유형에 따라 공시가격 하락폭이 크게 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2005년에 관련법이 마련되고 2006년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기 시작한 이후 초기에 해당하는 2006년과 2008년을 제외하고는 아파트 연립 다세대의 공시가격 등락폭은 전체 공동주택 평균에서 ±3%포인트(p) 범위 안에 있었습니다. 즉 큰 차이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2020년과 2021년에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를 반영해서 2021년과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아파트가 연립·다세대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겁니다.

2021년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은 19.05%가 올랐고, 아파트는 이보다 1.0%p 높은 20.47%가 상승했습니다. 반면 연립(9.90%)과 다세대(6.01%)의 공시가격 상승폭은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2022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체 공동주택 평균(17.20%)과 아파트(18.25%)의 상승폭은 두 자릿수였지만 연립(9.15%)과 다세대(6.10%)는 절반 이하였습니다. 특히 다세대주택은 최근 2년의 추이만 보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상승폭과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표준단독주택은 2021년에 6.80%, 2022년에 7.34%가 각각 올랐습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공시가격 산정기준이 되는 지난해 집값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크게 떨어진 반면 다세대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단독주택은 지난해 오히려 1.61%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폭은 -5.95%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은 가격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으로 환원하면서 비롯됐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하락폭이 20%에 육박하겠지만, 연립이나 다세대는 한 자릿수 하락에 머물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결국 보유세의 큰 폭 하락이라는 ‘선물(?)’은 아파트 소유자에게만 돌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대상 주택은 1486만3019채입니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1205만6919채(81.1%)이고, 연립주택이 53만1423채(3.6%), 다세대주택이 227만4677채(15.3%)입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 80% vs 60%
공동주택 보유세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가액비율)에 따라 결정된다.정부는 아지까지 올해 적용할 가액비율을 확정하지 않았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전경이다. 뉴시스
보유세 하락폭을 결정짓는 또다른 핵심변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하 ‘가액비율’)입니다. 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시가격의 비율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60∼10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번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하에 따른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용한 가액비율은 재산세 45%, 종합부동산세 60%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예시를 위해 사용된 것일 뿐, 정부의 최종안은 아닙니다. 행정안전부가 결정하는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4월, 기획재정부가 정하는 종부세는 상반기에 각각 발표될 예정입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재산세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종부세 가액비율은 현재 60%에서 80%로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재산세 가액비율은 행안부도 45% 이하로 낮추는 방안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종부세는 상황이 조금 복잡합니다. 종부세 가액비율은 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80%로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종부세를 강화하겠다며 2019년에 85%, 2020년에 90%, 2021년에 95%로 매년 5%p씩 올렸습니다.

현 정부는 이러한 조치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며 지난해 가액비율을 60%로 무려 35%p 내렸습니다. 여기에는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세법 개정이 야당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임시방편으로 가액비율을 손을 댄 것입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공시가격이 두 자릿수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또 종부세율 인하(0.6~6%→ 0.5~2.7%)와 공제금액 인상(1주택·11억 원→12억 원, 다주택·6억 원→9억 원, 부부·12억 원→18억 원)으로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가액비율을 낮출 명분이 사라진 셈입니다.

정부 내부적으로도 가액비율 80%는 시행령 상 조정 가능 범위(60∼100%)의 중간값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기준이라는 정책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에 가액비율 결정에 세수 역시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가액비율을 현행 60%로 유지한다면 종부세수는 당초 계획보다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이미 올해 가액비율을 80%로 올린다는 전제로 종부세 세입 예산을 산출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종부세수는 약 5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추경 기준) 대비 3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추가로 가액비율을 낮춘다면 종부세수는 이보다도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경기 침체 등으로 세수 확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정적인 세수 감소 요인을 추가로 떠안는 일이 초래되는 겁니다.

● 지자체 세수 20% 이상 크게 줄어들 듯
한편 공시가격의 큰 폭 하락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도 커다란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회예산정책처 등 예산분석 기관들에 따르면 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올해부터 해마다 평균 약 13조 원 이상 세수 부족이 발생합니다. 이미 1월 국세 수입이 지난해 대비 6조8000억 원 넘게 줄었습니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앞으로 거둬들일 세금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보유세마저 크게 줄면 정부로선 자금 동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지난달 22일 국토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직후 “(공시가격 하락으로 예상되는 종부세 감소는) 전체 세수 중 큰 부분이 아니며, 이를 포함해 세수를 전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세수 감소를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자체는 상황이 다릅니다. 공시가격 하락은 부동산 관련 세금 수입이 전체 세수의 절반에 가까운 지자체로서는 재산세 등이 감소할 경우 초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해 말 월간보고서(‘지방세 시가표준액 조사를 위한 부동산시장 동향-12월호’)를 통해 2023년 공시가격이 6% 정도 하락하면 재산세 등 세입 감소가 불가피하며, 2023년 지자체 세입은 2019년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지방세 수입은 2019년 90조5000억 원에서 2021년 112조8000억 원으로 24.6% 늘어난 상태입니다.

여기에는 부동산 거래의 큰 폭 감소도 한몫합니다. 부동산 매매가 줄면 취득세가 급감할 수밖에 없는데, 취득세가 지방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전체 세입에서 취득세 비중이 2021년 기준 27.9%입니다. 취득세에서 부동산 비중은 무려 80%가 넘습니다.

따라서 부동산 세수 감소는 가뜩이나 취약한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재정자립도는 45.3%로 전년(43.6%)에 이어 최근 10년 새 가장 낮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권 교체의 빌미를 제공했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홍보성 제목을 달고 나온 보도자료가 마냥 미덥지만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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