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재난 대응 비밀병기, 산불진화임도 [기고/남성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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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현 산림청장
남성현 산림청장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약 104만 ha), 2019∼2020년 호주 산불(약 1860만 ha)과 같은 대형 산불 재난으로 전 세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재난성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에 기인하지만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다. 지속되는 가뭄과 강풍, 낮은 습도 등이 산불이 대형화되는 환경을 제공한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22년 2월 발행한 ‘글로벌 산불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로 대형 산불이 2030년 14%, 2050년 30%, 2100년 5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3월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이 산불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피해를 기록한 것을 볼 때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이처럼 산불의 패턴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산림청은 3월 15일 재난성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산불진화임도를 대폭 확대하는 ‘대형 산불 방지를 위한 임도 확충 전략’을 발표했다.

임도는 평소 산림경영·관리 및 산림휴양과 레포츠 공간으로 활용된다. 지난해와 올해 대형 산불 사태를 겪으면서 산불 진화를 위해서도 임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산불이 났을 때 임도가 있는 지역은 진화 인력과 장비가 현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조기 진화가 가능한 반면, 임도가 없는 지역은 인력 진입이 어려워 그만큼 산불 진화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실례로 8일 경남 합천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으로 급속히 확산돼 야간 산불로 이어졌으나 임도를 통해 진화 인력이 투입되면서 밤샘 진화작업을 벌인 결과 일몰 시 10%에 불과하던 진화율을 다음 날 오전 5시에는 92%까지 끌어올려 진화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해 울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에서 1.4km 떨어진 곳까지 산불이 확산했을 때도 2020년 설치된 임도 덕분에 200∼500년 된 금강소나무 8만5000여 그루를 지킬 수 있었다. 이처럼 산불 진화 헬기를 투입할 수 없는 야간 산불 진화의 성패는 임도 유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도가 산불 진화의 열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임도의 현주소는 매우 아쉬운 수준이다. 2022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임도는 1ha(100×100m, 축구장 크기 1.4배)당 3.97m로 산림 선진국인 독일(54m)의 14분의 1, 일본(23.5m)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과거 임도는 산을 훼손시킨다는 부정적 여론과 더불어 자치단체장들에게는 시급하지 않은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우선 투자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산림보호의 관점에서도 임도 건설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임도를 건설하느라 줄어드는 산림과 임도를 통해 산불로부터 지킬 수 있는 산림 중 어느 쪽이 더 큰지 비교해 보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일상화·대형화되는 재난성 산불 대응을 위해 임도 예산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국립공원 등 산불 취약 지역에도 임도를 개설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남성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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