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한국공예전, 우리 공예의 고유한 감각 발견하는 자리 되길”[기고/구병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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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준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 총감독

구병준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 총감독
구병준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 총감독
밀라노 디자인위크는 매년 4월경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 관련 행사이다. 로 피에라(Rho Fiera)라는 거대한 전시장에서 개최되는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와 장외 전시를 일컫는 ‘푸오리 살로네(Fuori Sanlone)’는 밀라노에서 발길을 옮기는 곳곳마다 디자인뿐 아니라 아트와 패션 등 세계 라이프스타일을 위시한 이벤트가 도시 전역을 축제로 물들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밀라노 한국공예전은 매년 밀라노 디자인위크에 참여해 한국 공예를 세계에 알려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올해 11번째 참가로 ‘공예의 변주(Shift Craft)’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한국공예전은 지역성이 탄생시킨 공예의 관점과 기법의 접점을 통해 한국 공예만의 고유한 선율을 전달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의 디자인 각축장인 밀라노에서 한국의 각 지역의 고유문화와 기법을 담은 공예를 선보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K팝, K뷰티, K드라마에 이어 K공예를 통한 생활문화가 현재 한국의 세련된 문화수준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예술인 공예’를 ‘가장 새로운 예술’로 가기 위한 여정의 변곡점이다. 공예와 예술, 디자인의 모호한 경계에서 공예 장인의 일품을 위한 삶과 그 정신을 현재 문화의 접점을 통해 맥을 전달할 것이다.

‘공예의 변주(Shift Craft)’는 10가지 사고의 방식을 통해 우리 공예의 전승, 그리고 응용된 작품들을 소개하며, 과거 전통의 복원이 아닌 가치로서 지속가능한 시간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핵심이다. 분청 기법을 사용하면서 현대적 형태와 자유로운 추상미를 가미한 윤광조, 현대 백자의 정점을 보여주는 황갑순, 조선 목가구의 현대미를 끄집어낸 김윤관, 유리의 녹는 순간을 정지시킨 정정훈 등 총 20명의 한국 대표 작가가 참여한다.

특히 밀라노 한국공예전에서 처음 소개되는 낙화장 김영조는 종이, 나무, 가죽 등의 소재를 인두로 지져서 산수화, 화조화와 같은 그림을 그리는 기술과 그 기능을 보유한 장인이다. 인두와 불을 다루는 숙련된 손놀림과 미묘한 농담을 표현하는 기술이 전통 수묵화 화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19세기 초부터 전승돼 현재는 국내 유일의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이 밖에도 목가구, 도자, 금속, 옻칠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전통과 공예가 어떤 목적으로 인간과 지역, 생활과 문화, 나아가 사유와 소통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공예전시와 더불어 밀라노 디자인위크의 핵심 장소인 로산나 올란디의 로갤러리에서 신진 공예작가 6인의 감각적인 공예 상품 26점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공진원이 10년간 밀라노 공예전을 통해 축적한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전통에서 전승, 예술에서 산업, 그리고 문화까지 다양한 공예의 언어를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세계화를 통해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감각을 조금 더 깊이 보여줄 때이기 때문이다. ‘공예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삶 속에 공존하는가’를 바라보고, 지켜야 할 것과 변해가는 것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한국 공예만이 가진 고유한 감각을 발견하는 자리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공예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만의 고유한 환경, 소재의 가공법, 특화된 손기술이 모여 또 다른 가치를 형성하는 데 있다. 각 지역의 환경이 만든 오색찬란한 소재와 작가의 손끝이 만들어내고 시간이 중첩된 결과물은 더 나은 가치를 형성하며 한국의 또 다른 대표 콘텐츠로 공예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구병준 2023 밀라노 한국공예전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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