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 내달 정상회담때 ‘핵우산 강화’ 공동문안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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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핵전력 제공때 韓참여 명문화
협정보다 공동성명 등 형식 가능성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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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 맞춰 한미가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 문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대비책과 이를 위한 세부 실행계획을 함께 마련하고 유사시 미국이 핵전력을 제공할 때 한국이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이를 양 정상이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핵우산 등 대북 억제 전력을 한국에 제공하는 걸 뜻한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관여하는 역할을 규정하는 내용을 문안에 반영할 수 있게 논의 중이다. 북한의 핵 위협 또는 공격에 대응하는 핵 사용 원칙 등을 정하는 기획 범위와 작전 계획, 정보 공유를 제도화할 수 있도록 가닥을 잡고 있다. 한국이 기존에는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판단을 기다렸다가 수용했던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과정을 함께 구상하고 결정하거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 공유처럼 확장억제 운용에 관여하고 조율할 길이 열리는 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공동 핵 기획과 계획에 한국이 절차적으로 참여한다는 게 결정되면 대북 억제를 위한 미국의 핵 실행력을 제고하는 ‘끝판’ 성격의 문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서 형태는 정치적 합의 성격인 공동성명이나 2013년 한미동맹 60주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발표한 공동선언과 비슷한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美 핵우산 기획-집행에 韓참여 제도화’ 공동문안 포함 될듯


‘핵우산 강화’ 공동문안 추진

北, 핵어뢰 등 노골적 핵공격 훈련
韓, 핵우산 의사결정 과정 참여땐
북핵 위협에 능동적 대처 가능해져
美, ‘韓 커지는 자체 핵무장론’ 진화





문안에는 미국이 대북 확장억제로 제공하는 핵 능력의 기획이나 집행 절차에 한국이 참여하거나 미국이 한국에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이 체계화 또는 제도화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핵 공격이나 위협 시나리오에 따라 미국이 맞춤형 억제 전략자산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공조할 수 있는 역할이 보다 체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0일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미가 핵 기획 및 실행 체계를 확립해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확장억제 강화해야 韓 여론 의구심 해소
윤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한미의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강조해 최근 고도화된 북핵 위협을 확실히 제어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공약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북한은 이달에만 12∼23일 열흘간 모형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을 공중 폭발시키거나 수중 드론 방식의 핵어뢰 시험 등 한국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핵공격 훈련을 잇따라 벌였다.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처럼 미국 본토를 겨냥한 도발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을 목표로 한 핵 공격 때 미국이 피해를 감수하고 한국에 확장억제를 적극 제공할지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 내에서도 자체 핵무장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핵 공동 기획과 실행 체계를 확립해 확장억제 제공 과정에 한국의 참여가 제도화되면 북핵 위기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의 자의적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의 핵우산 제공 방식에 한국의 의지가 개입될 수 있는 만큼 한국 국민들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불신하지 않도록 신뢰를 높일 수 있다. 기존 한미 실장급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차관급(외교·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확장억제 정책과 전략을 논의하는 데서 더 나아가 구체적인 핵 대응 실행력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 문안이 발표되면 미국으로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을 어느 정도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한국의 핵무장 여론이 비등해지거나 핵비확산체제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조짐이 보일 때마다 미국은 조야나 익명의 정부 관계자 목소리를 통해 반대 입장을 냈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대행이 25일 미국의 소리(VOA) 좌담회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한국에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국제적 명성, 경제적 지위, 미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면서 핵무기를 갖고 싶겠는가”라고 반문한 것도 이 같은 미국의 불편한 속내를 대변한다.

● 美 일각 “韓과 전략폭격기 배치도 협의해야”
미국 전문가 일각에선 향후 한미 협의를 발판 삼아 나토의 핵기획그룹(NPG)과 유사한 확장억제 다자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기존 양자 그룹을 핵 협의 그룹으로 지정하고 권한을 부여할 수도 있지만, 한국은 NPG를 만드는 이상이 돼야 충분하다고 인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과 양자 NPG를 창설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위협에 집단 대응하기 위해 호주와 일본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전략 폭격기와 핵 탑재가 가능한 전투기, 항모 타격단을 포함한 전략 자산 배치에 대해서도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VOA 좌담회에서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고 우선 재래식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한미가 일본 같은 동맹국과 함께 재래식 준비태세와 역량 강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미#정상회담#핵우산 강화#공동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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