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사는 지난 2019년 강원도 고성 산불로 전소된 차량 5대의 차주들에게 보험금 320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끊어진 전깃줄이 전신주와 부딪혀 발생한 ‘불티’로 산불이 났다며 한전 측 관리 소홀 책임을 주장하며 구상금을 청구했다.
이에 한전 측은 당시 전신주에 설치·보존상 하자가 없었고, 당시 산불도 자신들의 관리 과실이 아닌 이례적인 강풍(자연력)으로 일어났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산불 원인인 단선이 전신주의 설치상 하자 때문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H사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조사 결과 산불은 지난 2019년 4월 4일 오후 7시17분경 전신주의 부하측 S상 데드엔드클램프 인출부에서 개폐기 쪽으로 나오는 전선이 끊어져 전신주와 접촉하면서 발생한 불티가 전신주 밑의 마른 낙엽에 떨어지며 발생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사건 S상 데드엔드클램프에는 스프링와셔가 빠져있었던 설치상의 하자가 존재했다”며 “그로 인해 체결부의 유지력이 저하돼 너트가 풀리게 됐고, 이 상태에서 바람 등의 영향에 의한 진동으로 인해 전선이 미끄러지며 마모 피로가 발생해 단선이 일어났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강원도 일대에 강풍경보가 발효된 상태였고, 산불 발생 지역이 특히 풍속이 빨라지는 구간으로 이 강풍이 산불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됐던 점, 한전 측이 정기적으로 전신주 검사를 했고 산불 발생 5일 전에 실시한 열화상 진단에서도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점도 감안했다고 법원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보험자들의 손해는 강풍이라는 자연력과, 이 사건 전신주의 설치상 하자가 경합해 발생한 산불로 인해 입은 것”이라며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차원에서 한전의 손해배상액을 피보험자들이 입은 손해의 5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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