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모든 책임 지는 ‘독재자 딜레마’… 美로 화살 돌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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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매체 “코로나 등 정책실패 책임
외부로 돌리려 더 강한 비판” 분석
시진핑, 美겨냥 “강군승전” 강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에서 “우리 군대를 세계 수준으로 더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에서 “우리 군대를 세계 수준으로 더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미 전형적인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졌다.”

시 주석이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중 이례적으로 미국을 직접 거론하며 강도 높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9일 이같이 분석했다. ‘독재자의 딜레마’는 자신의 지위를 노릴까 사람을 믿지 못하는 독재자가 무능한 사람들로 주변을 채우면서 되레 위기를 맞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쯔유시보는 이어 “시 주석이 앞으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 세력에 더 자주, 더 강하게 떠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강도 높은 봉쇄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많은 중국인의 반감을 샀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더 강하게 미국과 서방을 비난하는 것이라는 취지다.

중국공산당 내에서 시 주석의 경쟁자가 모두 사라진 점 또한 독재자의 딜레마를 강화하고 있다. 경쟁 세력이 없기에 정책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혼자 져야 하는 상황에서 외부 탓을 하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중 관계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쯔유시보는 진단했다.

시 주석은 8일에도 국방과학 기술의 자립 및 자강을 이뤄야 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인민해방군 군복 색깔과 같은 짙은 녹색 옷을 입은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군, 경찰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대표단 회의에서 “국방과학 기술이 ‘강군승전(强軍勝戰·강한 군대와 전쟁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국무원(행정부)의 주요 기능을 공산당으로 이관했고, 공산당 내 새로운 조직도 속속 만들고 있다. 미국과의 충돌 및 대만 통일에 대비해 공산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국의 강도 높은 규제에 직면한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를 당이 직접 챙기기 위해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었다. 기존에 국무원이 맡았던 치안(공안부)과 정보(국가안전부) 등의 업무는 당내 중앙내무위원회를 만들어 이관했다. 금융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관리국, 데이터 저장·관리 업무를 맡는 국가데이터국도 설립하기로 했다. 향후 당에서 이를 관할할 별도의 상위 조직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인대는 10일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상무위원장 등을 선출한다. 시 주석은 이날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 3연임을 확정해 당, 군, 정을 모두 장악한 명실상부한 ‘1인 지배 체제’를 완성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시진핑#독재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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