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째 동남아 예술 소개…“아시아 문화 다양성 들여다볼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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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를 품다’전 개최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 인터뷰

7일 오후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조영수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한 나라를 이해할 때 정치나 경제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미술관에 가거나 그 나라의 문학 작품을 읽는다. 문화 예술에는 단순한 수치나 정보로 표현되지 않는 그 나라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매년 국내에 동남아 미술을 소개해 온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말레이시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말레이시아를 품다’전을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한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조영수 이사장(77)을 7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 8년 째 동남아 예술 국내 소개
Rajinder Singh, Saffron Songs, Acrylic on heavy unprimed canvas 145cm x 212cm x 5cm, 2022년. 사진: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조 이사장은 “재단의 모태인 한세실업의 생산법인이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동남아시아 지역에 있어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전시 등 문화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한세실업과 인터넷서점 예스24를 자회사로 둔 한세예스24홀딩스 김동녕 회장(78)이 설립한 사회공헌 재단이다.

박일호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가 감독을 맡은 이번 전시에선 아누렌드라 제가데바, 친 콩이, 줄키프리 유소프 등 말레이시아 현대미술 작가 12명의 작품 33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2020년 기획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3년 만에 열리게 됐다.

동남아 미술전은 8년 전 베트남 예술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김 회장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김 회장과 조 이사장 부부는 당시 동남아 예술에 대한 국내 자료나 전시가 열린 경우가 거의 없어 직접 현지 미술관과 갤러리를 답사했다. 이 때 우리나라의 자개와 유사한 ‘래커 페인팅’ 기법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조 이사장은 래커 페인팅을 비롯한 동남아 예술을 보며 한국의 전통 문화에 관한 향수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어릴 적 유행이 지나자 어머니가 12폭 자개장을 팔고 마호가니 가구를 산 기억이 떠올랐어요. 우리 자개 전통 기술에 대한 인식이 더 있었더라면 오래된 것들을 함부로 처분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죠.”

● 낯선 것 호기심이 동남아로 이끌어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미술전 외에도 동남아 국가를 주제로 한 토론과 연구가 활발해지도록 이화여대-미국 예일대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또 4년의 기획 기간을 거쳐 지난해부터 동남아시아의 근현대 문학 명작을 선별해 우리말로 번역하는 ‘동남아시아문학 총서’ 시리즈 발간을 시작했다. 문학 총서는 서울대, 미국 피츠버그대(석사), 이화여대(박사)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한 조 이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막내로 가족들의 예쁨을 받고 자란 덕분에 낯선 것에 대한 겁이 없다”며 웃었다.

“대학생 때 산악반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친구와 신청했는데 여학생이 없어 받아줄 수 없다는 거예요. 너무하다고 항의해 학교에 처음으로 여학생 산악부가 생겨났어요. 또 교수님께 공부를 안 한다고 혼나면서도 학보사 기자로도 활동했는데, 그 생각이 나 오늘 아침 남편에게 ‘여보 내가 아무래도 그 때 언론계로 갔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했죠. 그만큼 저는 낯선 것에 호기심도 많고,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가지려 노력하는 쪽이에요.”

다방면에 대한 관심으로 2018년에는 문화권마다 다른 색채의 상징을 연구한 책 ‘색채의 연상’을 썼고, 독일에서 인정받는 어린이책을 수입한 ‘경독 교육 동화 시리즈’의 ‘얘들아, 차 조심해!’ 등 독일 아동 문학책도 여러 권 번역했다. 이런 경력은 조 이사장이 문화를 통해 동남아시아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 배경이 됐다.

조 이사장은 “지금까지 미국을 비롯한 서양 강대국과 중국, 일본이 아시아를 이끌어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가 더 노력하고 가능성을 개발할 때”라며 “아세안 회원국의 다채로운 문화예술을 국내에 소개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무료.

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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