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카메라와 마이크를 챙깁니다. 촬영지는 제주도의 감귤 농장. 황태를 찾으러 강원도의 해발 650m 산을 오른 적도 있다고 합니다.
2019년 설립된 컨비니는 ‘발견형 커머스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매거진 형식의 상세페이지가 특징이죠. PD·에디터·포토그래퍼가 식품에 얽힌 이야기를 풉니다. 그 보따리 속에는 생산자의 경력, 창업 동기, 차별화된 제조 과정이 가득하네요. 모두 전국 산지를 돌며 발견한 이야기입니다.
컨비니에 입점한 누적 생산자 수는 총 3800명. 2022년 5월에는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컨비니의 맛밤_출처 : 컨비니 이야기를 지닌 상품이 쌓일수록 입소문도 빠르게 퍼졌습니다. 컨비니는 장인 정신이 담긴 식품을 선호합니다. 좋은 원료와 번거로운 제조 과정을 고수하는 생산자들을 ‘컨비니언’이라 칭하죠. 그만큼 가격대가 높지만 이야기에 공감한 고객들은 꾸준히 찾아옵니다.
주 고객층은 3040대. 카드사 분석에 따르면 이중 약 20%가 고소득층입니다. 컨비니의 조유경 대표는 “컨비니의 소비자들은 최저가를 중시하기 보단 훌륭한 먹거리에 선뜻 투자한다"고 설명합니다.
출처 : 컨비니 통과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암행어사 제도’가 남았거든요. 입점사를 주기적으로 재방문하는 시스템입니다. 부정적인 CS(고객문의)가 많거나 별점 관리가 미흡한 브랜드도 입점 철회됩니다.
“소비자들은 컨비니에게 믿을만한 식품을 선정해 주는 중간 관리자의 역할을 기대해요.” 최근에는 입점 문의를 받지 않고 직접 찾아 나섭니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제안서가 많이 온다고 하네요.
각본 없는 드라마
상세페이지는 컨비니의 핵심입니다. 동영상·텍스트·사진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냅니다. 요리에 관심 많은 기자가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먼저 눈길이 향한 곳은 동영상. 생산자가 약 1분 동안 제품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화려한 그래픽 효과가 없어서 생산자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현장감을 살린 톤 앤 매너가 재밌네요. 실제 컨비니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디자인 작업을 지양합니다. 이야기를 적기에는 색종이보다 순백의 도화지가 적합하니까요. 필수 촬영 장비인 조명도 챙기지 않습니다.
“인터뷰이가 미용실을 다녀오면 영상은 망해요.” 촬영 전 생산자에게 아무 준비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고 합니다. 사전에 질문지도 공유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답변일수록 고객 반응이 미비하니까요. 긴장한 듯한 말투와 어색한 미소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법이죠.
영상 1개를 완성하기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모든 상품에 콘텐츠를 더할까요? 템플릿으로 제작 과정을 간소화한 것이 비결입니다. 예를 들어 영상용 템플릿을 불러오면 지정된 위치에 로고와 자막을 입력할 수 있습니다. 특허까지 출원한 컨비니의 기술력이죠. 하루에 PD 1명이 최대 8개의 영상을 작업한다고 하네요.
상세페이지 작업 방식도 효율적입니다. 디자이너가 전담하는 업계의 관행과 달리 팀원 누구나 편집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게시물을 올리듯 칸에 따라 사진과 텍스트를 입력하면 됩니다.
컨비니는 상세페이지를 종합 예술에 비유합니다. 영상과 텍스트 중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뜻이죠. 첫 시선을 사로잡는 건 영상이지만 이야기에 몰입시키는 건 텍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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