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는 가라!” 한국 전위미술 1세대, 반세기만에 재조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0

팔순 앞둔 성능경, 백아트서 개인전
수영복-꽃버선 퍼포먼스 선보여
현대미술관, ‘강국진 컬렉션’ 발간
55년전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 화제

올해 네 차례의 개인전을 앞둔 성능경 작가. 백아트 제공
올해 네 차례의 개인전을 앞둔 성능경 작가. 백아트 제공
“알맹이는 가라!”

서울 종로구 백아트 갤러리에서 팔순을 앞둔 예술가가 22일 퍼포먼스 도중 외쳤다.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삼각 수영복만 입은 채 훌라후프를 돌리는 그는 꽃무늬 버선과 알록달록한 샤워캡을 쓰고 있었다. 부끄러워하는 관객들에게 탁구공을 날리고 등판을 후려치는 퍼포먼스까지…. 모두 작가 성능경(79)의 트레이드마크다.

최근 미술계에서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종로구 백아트에선 성능경 작가의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경의 예술행각’이 4월 30일까지 열린다. 성 작가는 1974년 제3회 ‘ST(공간과 시간)’ 전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신문: 1974.6.1. 이후’를 선보인 뒤 전위 미술 1세대로 각인돼 왔다. 당시 전시 기간 동안 작가가 매일 신문을 소리 내 읽고 면도칼로 기사를 오려 냈다. 유신시대 정부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성능경, 수축과 팽창, 1976, Gelatin silver print, 27.2x27.8cm, (12prints), ed.mono6. 백아트 제공
성능경, 수축과 팽창, 1976, Gelatin silver print, 27.2x27.8cm, (12prints), ed.mono6. 백아트 제공
그는 1968년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갤러리 전시는 1991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런데 올해에만 총 네 차례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현재 백아트에서 진행 중인 그의 개인전에서는 ‘끽연’, ‘수축과 팽창’ 등 1960∼80년대 초반 대표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작품과 최근 마무리한 ‘그날그날 영어’ 연작, 지금도 매일 작업 중인 ‘밑 그림’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그날그날 영어’는 수년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영어 교육 섹션 지면에 작가가 직접 공부한 흔적을 남겨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 ‘밑 그림’은 화장실 휴지로 작업했다. 전시는 무료다.

1968년 10월 17일 ‘한강변의 타살’ 퍼포먼스를 정강자, 정찬승과 함께하고 있는 강국진(오른쪽에서 두번째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68년 10월 17일 ‘한강변의 타살’ 퍼포먼스를 정강자, 정찬승과 함께하고 있는 강국진(오른쪽에서 두번째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실험미술을 하는 청년 작가 그룹 ‘논꼴’의 동인이었던 강국진(1939∼1992)의 기록을 모은 책 ‘아카이브북 시리즈: 강국진 컬렉션’을 발간했다. 강국진은 1968년 정찬승, 정강자 작가와 함께 서울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로 기록된 ‘투명풍선과 누드’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킨 인물이다. 1970∼90년대에는 판화, 회화 작업을 하며 한성대 서양화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책은 2014년 11월 강국진 유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기록 9500여 점을 정리한 것이다. 강국진이 개인 카메라로 기록한 1967년 ‘한국청년작가연립전’ 전시 전경이 다수 포함됐다. 이 밖에 컬렉션 목록과 이미지, 평론가와 기증자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실험미술에 대한 조명은 미술관 전시로도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 그룹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9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도 열린다.

#한국 전위미술 1세대#성능경#개인전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