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회의원 63명, 작년 본회의 열린 날 해외출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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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장보고서 79건 전수분석
출장 165명중 125명 회기중 떠나

국회의원 299명 가운데 63명은 지난해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당일에도 세비로 해외 출장을 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본회의가 열린 날은 39일이었다. 20일 동아일보가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국회의원들의 ‘2022년 해외 출장 결과보고서’ 7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중 55건이 국회 회기 중에 진행됐다. 인원수로는 총 출장 의원 165명 가운데 125명(연인원 186명)이 회기 중에 갔다. 특히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당일을 포함해 해외 출장을 떠난 경우는 총 22건으로, 인원수는 63명(연인원 80명)이었다.

회기 중 떠난 출장 가운데 국제회의 참석은 16건에 불과했다. 국회 외교활동 규정에 따르면 ‘국제회의 등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개회 중 해외 출장은 여비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국회 회기 중 떠난 해외 출장에도 매번 소요 경비가 지급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세금으로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 출장을 간 165명(연인원 277명)의 의원은 79건의 출장으로 111개국(중복 포함)을 다녀왔다. 이들 출장에 지원된 예산은 55억6500만 원가량으로 의원 한 명당 약 2009만 원이었다.

여야 의원 8명, 작년 예산안 처리 4일 앞두고 유럽 출장


논란 일자 “외유성 출장은 아니다”
규정 어기고 개회중 번번이 출장
‘이태원 국조계획’ 표결 본회의때
카타르 출장 가 월드컵경기 보기도



예산안 처리를 앞둔 지난해 1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소속 국민의힘 조해진 강민국 최형두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전재수 신정훈 김영배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단체로 유럽행 비행기를 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2023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시한(12월 15일)을 불과 4일 앞두고 여야 의원 8명이 단체로 해외 출장을 떠나자 거센 비판 여론이 인 것. 이들은 12월 11∼17일 5박 7일 일정으로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로 떠났다. 외국의 선거제 및 선거제 개편을 알아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각각 1박씩 공식 일정이 없었다. 논란이 일자 정개특위 관계자는 “결코 외유성 출장은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강민국 최형두 의원은 12월 15일 급하게 귀국했다. 12월 15일 본회의는 여야의 극한 대립 끝에 열리지 않았다.

● 유명무실한 국회 규정


지난해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린 날은 39일이었다. 본회의는 법안 최종 표결과 대정부 질문, 국무위원 등의 임명 동의안 처리를 위해 반드시 열려야 한다.

이런 날짜에 굳이 해외를 나간 의원들은 ‘국회의원의 외교활동 등에 대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에 따르면 △국회가 개회 중인 경우(다만 국제회의 참석 등 부득이한 사유는 제외) △특별한 사유 없이 국회의원 1명으로 구성한 경우 △방문단이 특정 교섭단체에 편중된 경우 등에는 여비 및 행정 지원 등이 제한될 수 있다고 돼 있다. 다만 강제조항이 아니고 권고조항이라 이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 개회 중 번번이 해외 출장

지난해 8월 2일 국회민생경제대책특별위원회(민생특위)가 의결한 ‘민생 3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유류세 인하, 식대 비과세 한도 등을 높이는 내용으로, 당시 국회는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라며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거친 당일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러나 본회의가 포함된 7월 30일∼8월 5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과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자율주행 선도기관을 참관한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와 네바다로 출장을 떠났다. 민주당 우원식 박광온 주철현 의원 3명도 의원 친선외교를 이유로 이날 국회 본회의장 대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있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국처럼 회기 일정을 캘린더화해서 본회의나 예결산 시즌을 피해 의원 외교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같은 당끼리도 해외 출장

국회 규정은 특정 교섭단체에 쏠린 출장에는 지원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3번, 민주당은 14번에 걸쳐 같은 당끼리 출장을 다녀왔다. 민주당 위성곤, 이원택, 이수진, 유정주 의원은 지난해 6월 10∼18일 유럽의회의 ESG 입법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국민의힘 이헌승, 이주환 의원은 12월 11∼19일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헝가리,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를 다녀왔다. 같은 당끼리 떠난 출장은 유독 선진국에 집중된 것이 특징이다. 17건 중 미국이 6건, 유럽이 4건이었다. 동남아도 4건이었다.

● 본회의 날 월드컵 직관 출장

지난해 11월 21∼26일 민주당 홍익표 의원을 단장으로 민주당 김윤덕 의원,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카타르 월드컵 기간 동안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출장을 다녀왔다. 명목은 월드컵 참관 등을 통해 국제 체육대회 유치에 대한 의회 차원의 지원방안을 모색한다는 것.

하지만 출장 기간은 국회 정기회 기간으로 특히 11월 24일은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계획서’ 통과를 묻는 찬반 표결이 있던 날이기도 했다. 이들은 11월 24일에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한국 대 우루과이전을 관람했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 민주당 전용기 의원도 카타르 출장을 떠나 월드컵을 챙겨봤다. 다만 국회 본회의 당일과 겹치진 않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해외 출장 규정이 너무 느슨하다”며 “규정을 보다 촘촘히 구성하고, 출장 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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