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 인재 수요 늘어나는데…관련 교육 과정 부족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13시 35분


코멘트
14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경희대 국제캠퍼스의 교육용 원자로에서 학생들이 원자력 안전 교육을 받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학교에 교육용 원자로가 있으니까 이곳을 출입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겠구나’를 몸으로 직접 배우는 것 같아요. 최근 현대건설, GS에너지 등 민간 기업에서도 원자력 안전 인력을 뽑고 있어 이런 부분을 어필해 보려고 합니다.”

17일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만난 원자력공학과 4학년 김치헌 씨(26세)는 이같이 말했다. 최근 원자력 취업 시장에서 안전 교육을 받은 인재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차세대 원전이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되며, 민간 기업에서도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용융염원자로(MSR) 등 차세대 원전 연구 인력을 활발히 뽑고 있다. 지난해 SMR 부서를 신설한 GS에너지의 사업팀 관계자는 “원자력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안전 규제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사업 진행이 어려워, 안전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춘 인재를 선호한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안전 교육을 수행할 만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교육용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경희대는 원자로 운영 및 안전 교육 운영비를 외부 과제로 충당하고 있다.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교육용 원자로에서 안전 실습 교육을 받기 위해 방학마다 타 대학 학생들이 30명 이상 방문한다”며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싶지만 수익이 나오는 시설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고 했다.

원자로를 이용하지 않는 안전 교육 수업도 운영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경희대는 ‘원자력규제 및 법령’, ‘안전규제특론’ 등 11개의 안전 규제 관련 강의를 개설했다. 민간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안전 법령이나 규제 관련 수업이 주를 이룬다. 허 교수는 “이런 수업은 기존 교수 인력으로는 소화가 어려워 원자력 법률 지식이 있는 변호사, 규제전문기관 법무담당자 등 외부 전문가를 여럿 초청한다”며 “강의비만 해도 만만치 않아 수업을 더 늘리는 게 어렵다”고 했다.

안전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 안전 사전실습 교육강화 사업(이하 사전실습 사업)’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나섰다. 원안위는 2020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해 올해 원자력·방사선 관련 8개 대학에 총 14억5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원안위는 내년 사전실습 사업에 37억 원을 책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중 대학에 지원되는 금액은 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2% 증가한 금액이다. 올해부터는 석사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원자력안전 규제과학 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예산이 추가 투입된다. 조정아 원안위 안전정책국장은 “원자력 관련 대학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내년에는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려 대학의 원자력 안전규제 인력 양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원안위는 20일 원자력·방사선 관련 대학 학과장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안전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올해부터 정례적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추진해 안전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용인=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