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의 이 선물, 디스크를 떨쳐냈다” 영화배우 진선규의 건강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8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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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허리 디스크 수술은 그의 몸놀림을 제한했다. 어렸을 때 태권도와 합기도를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시절 애크러배틱 서클을 만들어 활동했다. 사회생활 하면서 복싱과 브라질 무술 카포에라까지 즐겼던 그로선 다소 답답한 삶이 이어졌다. 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범죄도시’ ‘극한직업’으로 유영한 영화배우 진선규 씨(46)는 디스크 수술 후유증을 달리기로 극복했고 이젠 산까지 뛰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영화배우 진선규 씨(가운데)가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권은주 감독(오른쪽)과 함께 달리고 있다. 진선규 씨 제공.
영화배우 진선규 씨(가운데)가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권은주 감독(오른쪽)과 함께 달리고 있다. 진선규 씨 제공.
“2019년 ‘승리호’ 찍다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어요. 10여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수술이었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같이 영화를 찍던 유해진 선배(53)가 ‘신발 하나 사줄 테니 걷고 달려봐’라며 고급 트레일러닝화를 선물해줬어요. 그때부터 걷고 달렸습니다.”

처음엔 동네 뒷산을 걸었다. 걷다보니 달릴 수도 있었다. 달리다보니 근육이 생겨 허리도 좋아졌다. 그는 “ 무엇보다 달리면 즐겁고 몸에 활력이 생겼다. 내 몸에 딱 맞은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부터 달리기는 매일 꼭 달려야 하는 루틴이 됐다”고 했다.

진선규 씨가 지난해 6월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 부문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진선규 씨 제공.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과거 함께 영화를 찍었던 고한민이란 후배의 조언을 받으면서다. 고한민 씨(40)는 연예계에서 달리기 마니아로 유명하다. 진 씨는 “그 친구는 매일 달리는 마라톤 전문가다. 내게 달리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해줬다”고 했다. 5km, 10km, 20km. 그는 “난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함께 하면 더 즐겁고 힘도 덜 들었다”고 했다. 알음알음 자연스럽게 크루(동호회)가 형성 됐다. 달리기를 즐기는 모임이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입니다. 제가 함께 달리는 모임은 자연스럽게 마라닉을 하죠. 즐겁게 소풍가듯 달립니다. 전 영화 찍을 때도 매일 그 지역을 달려요.”

22일 개봉할 ‘카운트’를 경남 진해에서 찍은 4개월 동안도 매일 달렸다. 그는 “오랜만에 내 고향 진해를 구석구석 달리면서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km를 달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 및 TV 촬영을 위해 어딜 가든 달린다. 해외서도 마찬가지다. 달리면서 그 지역을 눈에 하나하나 담는다. “달려보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된 ‘텐트 밖은 유럽’을 유해진 씨와 함께 촬영하면서도 달렸다. 달리면서 체력이 좋아져 어떤 힘든 촬영도 즐겁게 버틸 수 있었다.

진선규 씨가 지난해 6월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를 완주한 뒤 활짝 웃는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진선규 씨 제공.
지난해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그는 “산을 달리면 내 호흡과 심박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를 크루 멤버들하고 달렸어요. 그냥 함께 뛰어보자며 나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어요. 하지만 완주한 뒤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무와 꽃, 바위 등 자연과 함께 하는 느낌이 좋았죠.”

그때부터 트레일러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0년대 초반 사막과 남극 등 오지를 달려 ‘오지레이서’로 알려진 유지성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52)를 만나면서 산 달리기를 배우고 있다. 유 대표는 최근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유 대표가 강원도 영월군과 함께 지난해 12월 개최한 ‘2022 스타트 영월 에코하이킹대회’ 15.6km에도 참가해 걸었다.

진선규 씨가 지난해 7월 산을 달리다 포즈를 취했다. 진선규 씨 제공.
지난해 10월엔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2시간1분28초에 완주했다. 산과 도로는 달리는 맛은 다르지만 완주의 기쁨은 같았다.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 감독과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완주했다. 달리다보니 마스터스마라토너를 지도하고 있는 권 감독도 1년 전 자연스럽게 만났고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진 씨는 지난해 가을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11월 대회를 앞두고 30km 장거리 달리기를 했는데 오른쪽 무릎 장경인대 부상이 온 겁니다. 허리가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하다보니…. 원래 디스크 탓에 왼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오른쪽에 힘이 쏠리다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풀코스 도전 대신 거리에서 회원들 완주를 응원했어요.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다시 도전하려고 했는데 역시 20km를 넘어가는 훈련을 하면 장경인대 쪽에 통증이 와서 포기했습니다.”

진선규 씨(왼쪽)가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레이스에 함께 참가한 크루 멤버들과 포즈를 취했다. 진선규  씨 제공.
진선규 씨(왼쪽)가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레이스에 함께 참가한 크루 멤버들과 포즈를 취했다. 진선규 씨 제공.
그는 자신이 달리며 버틸 수 있는 한계를 현재론 20km로 규정했다. 그 이상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갔다. 그리고 바로 다시 초보자로 돌아갔다. 최근부터 권 감독의 도움을 받아 기초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권 감독님이 전신의 근육 균형을 맞춰 다시 달려야 부상이 없다고 권유했다”고 했다. 주 1,2회 권 감독 마라톤스쿨에서 달리기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진 씨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회만 되면 달리기의 매력을 얘기한다.

“제가 언론 인터뷰나 방송에 나가서 얘기하다보면 어느 순간 달리기를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 제가 참 달리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만나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권유하고 있어요. 30분 달리는 게 쉽지 않지만 걷기부터 해서 조금씩 달리면 누구나 달릴 수 있어요. 그렇게 4주, 8주 하면 달리기의 희열을 느낄 수 있죠. 온전히 내 숨소리를 들으며 달려 땀을 흘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맑아져요.”

달리기가 왜 좋을까?

“사람들이 물어요. ‘왜 힘들게 달리냐고?’ 그럼 30분만 달려보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모든 잡념을 잊고 온전히 나에 집중하며 에너지를 쏟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정말 내 발소리와 심장박동, 호흡 소리만 들려요. 바람이 ‘쉭’ 하고 내 몸과 머리에 있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흠뻑 땀 흘리면 심신이 리플레시됩니다.”

진선규 씨가 지난해 10월 열린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완주함 양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진서규 씨 제공.
진 씨는 사막마라톤 출전도 꿈꾸고 있다.

“유 대표님을 만나면서 사막마라톤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이지만 또 가고 싶다는 말에 놀랐죠. 사막과 산, 돌산, 개울을 달리는 재미가 좋다고 합니다. 사막의 밤하늘도 예술이라고…. 도심을 떠나 자연의 참맛을 느낀다나요.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어요. 산을 달려보니 알겠어요. 몸이 만들어지며 저도 꼭 사막마라톤에 도전할 겁니다.”

진 씨는 올 가을까지 몸을 만들어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막마라톤 도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카운트는 어떤 영화일까. 그는 “한 체육교사가 아웃사이더 아이들하고 복싱을 매개로 서로의 꿈을 공유하는 건강한 영화다. 달리는 장면이 많아 정말 건강하게 찍었다”며 활짝 웃었다.

진선규 씨는 달리기를 얘기할 때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진선규 씨는 달리기를 얘기할 때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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