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방 시대다”[기고/김장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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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경북 구미시장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
6·25전쟁 직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70달러에 불과했다. 1963년 박정희 대통령 취임 당시에도 국민소득은 100달러로 아프리카에 있는 마다가스카르(130달러)나 가나(190달러)보다 낮았다.

다들 못 먹고 못살던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전국에 산업을 배치했다. 경북 구미 낙동강 모래밭을 일궈 전자산업을 육성했고, 전남 여수 바닷길을 활용해 석유화학공업을 키워냈다. 경북 포항에는 제철소를, 경남 창원과 전남 광양에는 공장을 지었다.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지역균형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황무지였던 경기 과천에 정부청사를 세워 행정기능을 분산했고, 충청권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꿈꿨다. 지금 세종시의 원형을 일찌감치 구상했던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덕분에 1969년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 구미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산업 발전과 고도성장에 앞장섰다. 또 산업과 인재 간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해 국내외 변화와 성장에 대처해 왔다.

전자공업을 국가수출전략산업으로 지정한 박 전 대통령은 구미공단 조성 후 인근에 학교를 세웠다. 오늘의 금오공대와 금오공고다. 덕분에 구미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공급하며 긴밀한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지금 구미는 그동안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남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선 시대 변화에 맞게 혁신하지 못해 고사 직전에 놓였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기업은 수도권과 해외로 빠져나갔다. 구미 청년들도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났다. 과거 대한민국의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대구·경북을 먹여 살렸던 구미가 조만간 침체된 도시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구미를 찾아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앙정부의 대학 지원 예산 및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SK실트론의 1조2360억 원 투자협약식에도 참석해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 반도체 위기 극복 의지를 표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향후 4년 동안 경북 지역에 5조5000억 원의 추가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지역 특성을 살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북도는 최근 구미에 지역 산업 기반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구미 기업들이 지역 인재들을 파격적으로 영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구미로선 지금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이 절실하다. 현재 구미에는 SK실트론, 매그나칩반도체, 원익큐엔씨 등 359개사에 달하는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들이 있다. 특화단지는 이들 기업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투자하며 성장할 발판이 될 것이다.

구미의 발전은 박 전 대통령 덕분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는 윤 대통령과 함께 혁신과 도전을 발판으로 지역 위기 해법 찾기에 나서게 됐다. 구미의 도전이 다른 지역에도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
#지방 시대#구미#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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