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지하수 퍼올려 냉난방… 온실가스-비용 절감 ‘일석이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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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수열-지열 신재생에너지… 대기-물 온도차 활용한 열 이동 방식
태양-풍력보다 날씨 영향 적게 받아… 국내선 롯데월드-서울시청 등 활용
초기 설치비용 비싸 생산 비중 저조… 민간건물-주택 도입 시 보조금 지급

올겨울 난방비 대란을 겪으면서 언제든지 에너지 위기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는 사람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와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31.7%나 올랐다. 이 때문에 초기 설치 비용이 비싸 보급이 늦었던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며 우리보다 먼저 ‘에너지 대란’을 겪은 유럽은 수열(水熱)과 지열(地熱) 에너지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해 2021년 유럽에서 히트펌프가 약 200만 대 팔리며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고 말했다. 히트펌프는 수열과 지열 에너지 발전의 핵심 부품이다.

수열에너지와 지열에너지의 원리는 온도 차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같다. 물과 땅의 온도가 공기의 온도보다 늦게 내려가고, 늦게 올라가는 점을 이용한다. 더욱이 태양이나 풍력에너지와 달리 날씨와 기후의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수열에너지, 에너지 요금 30∼50% 줄여
수열에너지는 말 그대로 물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건물을 냉난방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물은 1g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을 뜻하는 비열(比熱)이 공기보다 4배 정도 크다. 이런 특성으로 수온은 여름에는 대기보다 낮고, 겨울에는 대기보다 높다. 수열에너지는 대기와 온도 차가 나는 물을 ‘히트펌프’로 순환시켜 여름에는 건물의 열을 뺏고, 겨울에는 건물에 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한강홍수통제소 등이 대표적인 수열에너지 사용 건물이다. 롯데월드타워의 수열에너지 생산량은 시간당 3000RT(냉동톤). 1RT는 0도의 물 1t을 24시간 동안 0도의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다. 3000RT는 약 28m² 크기 공간 3000개를 냉난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열에너지는 기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냉난방 설비와 비교할 때 30∼50% 수준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에너지를 새로 생산할 필요 없이 이미 물이 갖고 있는 열에너지를 건물과 주고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절감한 만큼 탄소 배출 역시 30∼50% 감축할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수열에너지 생산 비중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수열에너지 생산량은 2만1258TOE(석유환산톤·1TOE는 석유 1t의 열량)로 2017년 대비 약 2.7배로 늘었다. 하지만 전체 신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기존 가스보일러 등보다 초기 설치 비용이 비싸다 보니 확산이 더디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최근 민간 건물의 수열 설비 지원을 50%까지 국고로 보조해 주는 등 수열에너지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 대상에 선정된 삼성서울병원, 한국종합무역센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민간 건물 9곳에 총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광렬 한국수자원공사 수열에너지사업부장은 “수열에너지 도입이 완료되면 9곳의 연간 전기 사용량의 35.8%가 절감된다. 온실가스도 연간 1만9000t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화산지대 아니어도 지열에너지 가능
지열에너지는 지하를 구성하는 토양, 암반, 지하수 등이 가진 열에너지(평균 15도)를 건물의 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겨울에는 대기에 비해 따뜻한 땅의 열을 히트펌프를 통해 추출해 난방에 쓰고, 여름에는 건물의 열을 추출해 땅으로 배출한다. 수열에너지와 유사한 원리다. 기존 냉난방 시스템 대비 약 30%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탄소 또는 폐기물 배출이 없지만 초기 설치 비용이 비싸다는 장단점도 비슷하다. 실외기가 필요 없어 소음과 진동 발생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동안은 지열에너지라 하면 일본이나 아이슬란드 등 토양 심층부가 고온(100∼150도)인 화산지대 위주 국가의 지열 발전을 일컬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리적으로 이런 고온의 열에너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에서도 저온(10∼20도)의 지열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히트펌프가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지열에너지를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곳은 서울시청이다. 2012년 준공된 서울시청은 지하 200m 깊이에 설치된 128개 파이프에 담긴 물을 활용한 지열에너지로 냉난방을 한다. 지열을 머금은 물의 온도는 1년 내내 15도가량인데 히트펌프를 거치면서 45도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열은 공조기를 통해 청사 곳곳으로 공급된다.

서울시는 현재 신청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지열에너지를 목동운동장 주경기장 등 공공건물에 확대 도입한다. 또 기존 건물 외에 신축 예정인 공공건물에도 지열에너지를 도입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2030년까지 지열과 수열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지난해 기준 4.3%의 4배인 21%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민간주택에도 지열에너지를 도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을 밝혔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수열에너지#지열에너지#신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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