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佛 풍자에 뿔난 이란…대사관 앞 규탄 시위

  • 뉴스1
  • 입력 2023년 1월 9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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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한 주간지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풍자하는 만화를 게재하자 이란 주재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친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8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이날 신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수십 명의 시위대가 이란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 모여 샤를리 에브도 특별판에 게재된 ‘모욕적이고 외설적인 만화’에 대해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일제히 이란 국기를 흔들며 프랑스 정부와 샤를리 에브도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 일부는 직접 가져온 프랑스 국기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대의 손에는 하메네이의 초상과 함께 ‘지도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내용의 팻말도 들려 있었다. 신학생 헤이다푸르(17)는 시위 참가 이유에 대해 “혁명과 지도자를 지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란 국영 방송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 외에도 시아파 성지 콤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시위가 열렸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샤를리 에브도를 비판하며 정권 지지 시위에 힘을 실어줬다.

이란 관영 통신 IRNA에 따르면 이날 라이시 대통령은 “자유를 핑계로 모욕과 범죄에 의존하는 것은 모욕을 일삼는 자들의 논리 부조리를 보여준다”며 “국가의 혼란과 불안을 목적으로 한 음모가 결실을 맺지 못한 데 대한 실망감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밝혔다.

앞서 샤를리 에브도는 이란에서 일어난 반(反)정부 시위에 연대한다는 뜻으로 지난 4일 발행된 특별판에 하메네이의 캐리커처를 비롯해 이란의 고위 정치·종교 지도자를 상대로 한 만평 수십편을 게재해 이란 정부의 반발을 샀다.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 언론은 자유를 구실로 다른 나라의 존엄과 신성한 신자들을 모욕하는 것을 정당화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 정부를 향해 “국제 관계의 기본인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 원칙을 준수하라”고 했다.

이어 압둘라히안 장관은 니콜라 로셰 테헤란 주재 프랑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다음 날(5일) 테헤란 소재 이란 프랑스 연구소(IFRI)를 잠정 폐쇄했다.

이번에 발행된 특별판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 8주기를 기억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2015년 1월 총기로 무장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창시자인 무함마드 만평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을 공격해 직원 10명을 살해했다.

한편, 지난해 9월 테헤란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지 도덕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마이미니(여·22)가 구속 수감 도중 의문사하자 이란 전역에선 수개월 넘게 여성 인권 보호와 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를 외국의 사주를 받은 ‘폭동’으로 규정하고 시위대를 향해 유혈 진압을 불사해 왔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사형집행에 착수해 지금까지 시위 참가자 2명을 건설 크레인에 매달아 공개 처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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