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시장은 포화상태… 우리의 미래는 세계화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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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FIRM]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밝히는 임기 소회와 제언
국회와 소통하며 현안에 목소리… 이태원 참사 때 대책위원회 출범도
매년 1700명 넘는 신규 변호사 배출, 영어능력 높여 활동영역 넓혀야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거부 가능한 법적 근거 검토 중

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만난 이종엽 회장은 “우리나라의 신규 변호사 수는 매년 1200명선이 적절하다”면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도  법조인 양성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만난 이종엽 회장은 “우리나라의 신규 변호사 수는 매년 1200명선이 적절하다”면서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도 법조인 양성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이 논란이 많은 법조인들의 변호사 등록 개업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실효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입법적으로 보완이 돼야 한다. 소위 ‘권순일 방지법’을 입법 제안하기 위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59·사법연수원 18기)은 7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 회관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 전 대법관(63·연수원 14기)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대해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변협은 대장동 개발사업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권 전 대법관이 9월 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하자 2차례 공문을 통해 자진 철회를 촉구했다. 이 회장은 남은 임기 내에 대한변협의 변호사 등록 거부 권한을 확대하는 ‘권순일 방지법’의 입법 발의가 되도록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 이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변호사들을 대표해 중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 왔다.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직후에는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 출범도 주도했다.

이 회장은 임기 중 변호사업계의 직면과제인 변호사 과잉 수급과 유사법조직역에 의한 직역침해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왔다. 영어 능통자로 알려진 이 회장은 9월 32차 아시아변호사협회회장회의(POLA), 11월 35차 로아시아(LAWASIA) 총회 등에 연달아 참석하며 국제 교류에도 힘쓰고 있다. 2년 임기 만료를 앞둔 이 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법조계를 향한 제언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임기 2년간의 소회는….

“법조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법조마저 정치권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높였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변호사 수급 과잉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정책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단체가 많아 쉽지 않았다. 법조인 양성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매년 1700명 넘는 신규 변호사가 나온다. 적정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나.

“우리나라 인구나 법률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1200명 정도가 적절하다. 우리와 사법체계가 가장 비슷한 일본도 연간 1500명만 뽑는다. 과잉 공급의 피해로 재야 법조인들이 지나치게 상업화로 치닫는 분위기가 있다. 수익성 자체만을 목표로 삼는다는 얘기다. 일부 사기업과 민간 법률 플랫폼이 그런 분위기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 그로 인해 법률서비스가 부실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 매우 우려스럽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법률시장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보는가.

“국내 법률시장이 국제화될 필요가 있다. 각종 국제회의만 가 봐도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물러 있다고 느낀다. 국내에서 안 되면 해외로 활동영역을 넓혀야 하는데 최대 걸림돌이 언어다. 영어 공용화가 오래된 싱가포르만 해도 사람들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해 속도 자체를 따라잡기 어렵다. 글로벌 허브를 지향하는 지자체 한 곳이라도 영어방송을 만드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법조계의 우려가 크다.

“재판 지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판사들도 사명감을 가지고 야근을 하기보단 ‘워라밸(일과 여가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무조건 일에만 매달리지는 않는다. 또 ‘법원장 후보추천제’도 영향이 있다고 본다. 시니어 판사들이 후배들에게 신속한 재판을 요구하거나 멘토 역할을 하기보단 본인의 인기 관리를 하는 데 치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건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사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을 하면 된다. 판사 1명이 증거 채택에 대한 전권을 행사하는 기존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데 그게 바로 미국식 증거개시 제도(디스커버리)다. 1심 결과에 승복해 항소나 상고가 줄어들면 사건도 줄어들고 하급심에 인력을 재배치할 여력도 생겨 자연스레 재판 지연도 해결될 것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변협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차례 자진 철회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등록심사위원회에서 자동등록 기한(3개월)인 26일 전에 가부 결정을 할 걸로 안다. 등심위는 독립적 기구여서 변협에서도 관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한변협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명시하는 소위 ‘권순일 방지법’을 입법하기 위해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임기 내내 국회와 소통해 왔다. 지금 정치권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2년간 협회장으로 국회의원들을 만나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분위기다. 전문가 의견보다는 지지층 여론이나 진영논리에 따라 편 가르기 식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검수완박’ 법안 개정이다. 무슨 작전하듯이 시한을 정해놓고 입법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형사사법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당사자가 되는 사람들부터 불만이 생기고 그게 쌓여 여론이 되는 것이다.”

―편 가르기 식 정치에 대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여야가 타협과 협상을 모르고 국민 전체가 아닌 지지층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다 가져가는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된 구조 대신 권력을 분산하는 구조로 나아갈 때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건 이원집정부제(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결합한 제도)라고 본다.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길 바란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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