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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절연’으로 뭉친 9개국 작가… 9가지 아픔

입력 2022-12-05 03:00업데이트 2022-12-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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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등 9명의 작품 묶어
“中-홍콩 등 작가의 이야기
자국 출간 힘든 내용 담은듯”
“‘절연’(絶緣)이라는 단어로 아시아 젊은 작가들이 한 권의 소설집을 써보면 어떨까요?”

2020년 가을, 드라마로도 제작돼 화제가 된 장편소설 ‘보건교사 안은영’(2015년·민음사)을 쓴 정세랑 작가(38)는 일본 유명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 편집자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일본에서 정 작가의 책을 다수 펴낸 쇼가쿠칸이 정 작가에게 “일본 작가와 책을 써보자”고 요청하자 오히려 정 작가가 더 큰 기획을 말한 것이다.

정 작가는 “한일 문학계 교류를 아시아로 확대하자. 우정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다”고 쇼가쿠칸을 설득했다. 그렇게 2년이 걸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티베트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작가 9명이 함께 소설집을 펴냈다. 5일 출간되는 ‘절연’(문학동네)이다.

일본 무라타 작가일본 무라타 작가
한국 정세랑 작가한국 정세랑 작가
지난달 29일 전화로 만난 정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의 인연이 끊기면서 ‘절연’이란 단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절연’이라는 키워드가 각지에 떨어져 살던 작가들 간의 연결을 만들어낸 셈이다.

“다른 나라 작가들은 나보다 더 재밌는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가 섭외에만 1년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작가들은 ‘절연’이란 단어를 다양하게 해석한다.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지닌 문학상 중 하나인 아쿠타가와상을 2016년 수상한 일본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등장하는 단편 ‘무(無)’로 일본 젊은 세대의 방황을 그린다. 정 작가는 ‘절연’에서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직장 동료를 감싸는 또 다른 직장 동료와 인연을 끊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한국 사회의 첨예한 논쟁을 그린다.



“불쾌한 일과 불법적인 일 사이에 복잡한 스펙트럼이 있잖아요. 모호한 구석이 있는 사건의 경우 그걸 해석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갈리게 되는데 그 상황을 그리고 싶었어요.”

싱가포르 사아트 작가싱가포르 사아트 작가
중국 하오징팡 작가중국 하오징팡 작가
중국에 대한 비판이 담긴 작품도 눈에 띈다. 공상과학(SF) 소설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을 2016년 받은 중국의 하오징팡(학景芳)은 부정적 감정을 지닌 시민이 구치소에 격리되는 ‘긍정 벽돌’로 정부를 비판한다. 홍콩의 홍라이추(韓麗珠)는 ‘비밀경찰’에서 당국의 감시로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계를 묘사한다. 싱가포르의 알피안 사아트, 태국의 위왓 럿위왓웡사, 티베트의 라샴자, 베트남의 응우옌응옥뚜, 대만의 롄밍웨이도 모두 신선한 작품을 선보인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수확이 뭐냐는 질문에 정 작가는 담담하게 답했다. “다른 나라 작가들 입장에선 자국에서 출간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을 쓴 것 같아요. 책은 한국과 일본에만 출간되는데요, 다른 나라에도 출간되면 좋겠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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