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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불붙은 中 백지 시위[횡설수설/장택동]

입력 2022-11-29 03:00업데이트 2022-11-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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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6일 홍콩 중심가 IFC몰에 모인 시민들이 조용히 흰 종이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같은 달 1일 홍콩보안법이 발효되면서 반중 구호가 적힌 피켓만 들어도 처벌받는 일이 속출했다. 표현의 자유를 완전히 빼앗긴 홍콩 시민들이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백지 시위를 선택한 것이다. 2년여가 흐른 지금, 이번엔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4일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화재로 10명이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방역 때문에 아파트가 봉쇄돼 있어서 진화가 늦어졌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제로 코로나에 피로감이 누적돼 있던 중국인들은 크게 동요했다. 상하이의 위구르인 거주지에서는 26일 밤부터 수천 명이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우한, 청두, 광저우, 난징 등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리면서 중국 전역이 들끓고 있다.

▷공안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고 무차별 구타를 가했다.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된 백지 시위가 전국으로 번졌고 주민들이 속속 가세하고 있다. “무엇이든 쓸 수 있는 백지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 준다”는 이유에서다. SNS에는 #백지혁명’ ‘#A4혁명’ 등 해시태그도 퍼지고 있다. 체코의 벨벳혁명, 조지아의 장미혁명처럼 민주화 시위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트위터에는 “카타르 월드컵 관중들이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백지를 들어 달라”는 글도 올라왔다.

▷실제 이번 시위는 반정부 시위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진핑은 퇴진하라” “투표를 원한다” 같은 노골적인 구호도 나왔다.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영향으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목표치인 5.5%에 한참 못 미치는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중국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최근 닷새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칫 경제도, 방역도 모두 실패하는 일거양실(一擧兩失)의 위기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권력 집중을 위해 사회 통제를 강화하면서 정작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졌다. 지금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향후 당국이 시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1989년 톈안먼 시위의 주역인 왕단은 “시위를 무력 진압하거나 발포한다면 세상을 바꿀 만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 지도부가 민심을 외면하고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고집한다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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