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조상? 뼛조각 통해 찾는 중”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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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맨’ 주인공 팀 화이트 美교수
“고인류학, 인간 기원 밝힐 유일한 길
현장 연구 어렵지만 포기한 적 없어”

팀 화이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아프리카의 한 발굴 현장에서 화석을 든 채 웃고 있다. 김영사 제공
팀 화이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아프리카의 한 발굴 현장에서 화석을 든 채 웃고 있다. 김영사 제공
키가 1.2m, 뇌 크기는 자몽처럼 작다. 손은 쥐는 동작에 유리하고 엄지 근육은 강인하다. 송곳니는 침팬지보다 작다. 발 측면에는 직립보행에 적합한 관절이 있다. 침팬지보다 입은 덜 튀어나왔고 머리 모양도 침팬지와 전혀 다르다. 이 생명체의 이름은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아르디). 440만 년 전 아프리카 밀림 지대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이다. 한때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졌던 30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루시)보다 과거에 존재했다. 아르디의 뼛조각은 1994년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됐고, 2009년 전체 골격이 공개됐다. 2009년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서 ‘올해의 발견’으로 선정할 정도로 인류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아르디는 인류가 어떻게 직립보행을 시작했고 정교한 손을 진화시켰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증거였다. 초기 인류 조상이 놀라울 정도로 침팬지와 다른 모습이었음을 보여줘 학계를 뒤흔들었다.

올 9월 국내 출간된 ‘화석맨’(김영사)은 아르디 발굴 과정을 한 편의 소설처럼 그려냈다. 저자 커밋 패티슨은 아르디 발굴을 주도한 고인류학자인 팀 화이트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생물학과 교수(72)를 8년 동안 취재해 책을 썼다. ‘화석맨’의 주인공 화이트 교수를 서면으로 만났다.

―‘화석맨’은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왜 당신은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나.


“인간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알고 있나? 내 생각에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정답을 찾는 유일한 길이 고인류학이다. 과거 인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여주는 뼛조각을 발굴하고 이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싶었다.”

―아르디 발굴로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5, 6명이 한 일도 아니다. 700명이 넘는 동료들과 함께 아르디를 발굴하고 연구했다. ‘화석맨’의 저자가 나를 부각하는 극적인 서사로 글을 쓰느라 많은 동료들의 공헌을 다루지 않았을 뿐이다.”

―3년간 이어진 발굴과 15년 동안 지속된 연구를 통해 뼛조각의 정체를 아르디로 밝혀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모든 현장 연구가 어려운 조건에서 수행된다. 포기하려고 한 적은 없었다. 난 오직 고난을 헤쳐 나갈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현재 인류의 조상은 누구인가.

“찾는 중이다. 다만 현대 인류 전엔 고대 영장류가 있었고, 그 이전엔 고대 포유류가, 더 이전엔 고대 어류가 있었다.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한 순간부터 생명체는 꾸준히 진화해 왔다.”

―현재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문화유적관리청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동료들과 뼛조각을 세척하고 분석한다.”

―세월의 풍파에 부서지고 흩어진 작은 뼛조각을 찾고 분석하느라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나.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과학, 심해를 조사하는 해양과학에 드는 비용을 생각해 보라. 고인류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든다. 뼛조각은 인간의 존재를 증명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증거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인류의 조상#고인류학#인간 기원#화석맨#팀 화이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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