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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파리에서 부산이 잘 보이려면[특파원칼럼/조은아]

입력 2022-11-28 03:00업데이트 2022-11-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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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부-기업, 사우디 맞서 총력
엑스포 유치 전략 내실을 기해야
조은아 파리 특파원조은아 파리 특파원
한국 정부와 기업 인사들이 프랑스 파리로 모여들고 있다. 28, 29일 파리 세계박람회(BIE) 본부에서 열리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유치전(戰)에 불이 붙었다. 프랑스 유력 언론들도 “한국이 전 국민의 지지를 받고 후보로 나섰다” “한국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소프트파워를 활용한다”고 보도했다.

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로 꼽힌다. 정부는 부산 엑스포를 향후 최장 20년간 한국이 유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국제 행사라고 보고 있다. 부산 엑스포 사업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유치 동력을 얻었다. 경쟁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우크라이나 오데사. 이 도시들과 부산은 이번 프레젠테이션 이후 내년 봄 현장 실사(實査)를 받는다. 최종 개최국은 내년 11월 총회에서 BIE 회원국 투표로 결정된다.

한국 정부는 그야말로 총력전에 나섰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사람들은 “업무 대부분이 BIE 유치 업무”라고 말할 정도다. 파리에 상주 공관을 둔 세계 150여 개국 중 13일까지 123개국을 접촉했다. 파리에 파견된 정부 및 공공기관 인력 상당수가 유치 업무에 지원됐고 한국에서 온 새 인력이 합류했다.

정부가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지만 경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이탈리아는 내부 정세 혼란으로 유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해 사실상 부산과 리야드 2파전이 됐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BIE 70개 회원국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보도가 나온다. 유럽 외교 중심 프랑스도 이미 리야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유럽 대다수 국가가 아직 지지하는 쪽을 밝히지 않고 있어 한국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희망을 건다. 하지만 사상 초유 에너지 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은 자원 부국과의 유대 강화에 어느 때보다도 힘쓰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이다.

정부는 K콘텐츠와 대기업 기술력을 앞세워 회원국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구상이다. 유럽을 뒤흔든 K콘텐츠를 활용하면 경쟁국을 압도하는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초까지 열린 파리 패션위크에서 ‘K팝 아이돌은 패션쇼 1열에 모셔야 하는 스타’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이 K콘텐츠로 부산을 세련되게 홍보할 방법이 많을 것이다. 정부가 창의적인 민간의 아이디어를 적극 받아들여 공조했으면 좋겠다.





삼성 LG 같은 한국 간판 기업의 동향도 주목받는다. 프랑스 공영라디오 RFI는 “삼성도 이번 유치전에 동참했다”며 관심을 표했다. 그런데 아직까진 기업 행사에 부산 엑스포 홍보 콘텐츠가 어색하게 끼어든 인상을 받는다. 정부와 기업이 더 참신한 접근을 고민해 보길 바란다.

정부가 유치 활동의 정량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몇 개국을 만났고 몇 건 교섭했다고 강조하는 사이 사우디는 고위급 인사가 다른 나라 핵심 인사들을 공략한다. 유치 조직 효율성도 점검해 보길 권한다. 몸집은 커졌지만 ‘모든 직원이 모든 일을 맡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업무가 체계적으로 분담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 정부가 유치 활동 내실을 기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그래야 정부와 기업이 애쓰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고, 혹여나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이 과정을 훌륭한 국가 홍보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조은아 파리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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