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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행복 나눔]“환경 살리고 빈곤지역엔 희망을”… ‘대나무 칫솔’ 만드는 치과의사

입력 2022-11-24 03:00업데이트 2022-11-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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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
의료봉사 때마다 대나무 본 기억… 개발도상국 주민 소득자원화 구상
‘핫프레싱 공법’으로 제품 차별화… 1년만에 판매량 3만 개→75만 개
“구강용품 전문업체로 성장할 것”
16일 서울 구로구 닥터노아 본사에서 만난 박근우 대표가 자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대나무 칫솔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하루 세 번 사용하는 칫솔은 현대인의 일상에 가장 밀접한 물건 중 하나다. 그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게 많아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인류는 2019년 한 해에만 최소 294억 개, 60만 t의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하고 버렸다.

이에 플라스틱 칫솔의 대안으로 ‘대나무 칫솔’이 떠오르고 있다. 치과 의사 출신인 박근우 닥터노아 대표(46)는 대나무 칫솔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개발도상국의 빈곤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16일 서울 구로구 닥터노아 본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 치과 의사가 만든 친환경 칫솔
박 대표는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치과 의사였다. 치과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건 적당히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시에서 치과를 운영하던 그는 2008년 우간다 의료봉사에 나섰다. 그때도 단순히 오지 탐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갔다. 하지만 박 대표는 “말도 통하지 않는 현지 주민들이 진료를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에 봉사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일회성 봉사가 아닌 사회적 기업 설립을 고민하게 된 건 2015년 4월 에티오피아 남부 훌라에서 현지 아이들을 만난 뒤였다. 그는 아이들이 만든 대나무 가방, 바구니 등 공예품을 한국 지인들에게 나눠줄 요량으로 구매했다. 이를 본 현지 구호단체 직원은 “이걸 사 주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계속 공예품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문득 해외 의료봉사를 갈 때마다 대나무를 봤던 기억을 떠올렸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등 적도 인근 국가에는 대나무 산지가 밀집해 있다. 훌라도 아프리카지만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다. 그는 “개발도상국 내에서도 대나무 생산지 소득이 다른 지역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대나무를 소득 자원으로 바꿔 준다면 대나무 산지의 소득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수출을 위해 대나무를 기르고, 이를 가공해 운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방치과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구강 건강 전문가’로 칫솔은 누구보다 잘 만들 자신이 있었다. 기존 대나무 칫솔은 대부분이 저가 중국산이라 칫솔모가 잘 빠지고 곰팡이가 쉽게 슬어 오래 쓰지 못했다. 박 대표는 ‘오래 쓰는 튼튼한 대나무 칫솔’을 목표로 2016년 2월 닥터노아를 설립했다.
○ “사람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구강 용품 회사”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은 ‘핫프레싱 공법’으로 만든다. 핫프레싱 공법은 자동차 보닛 제작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대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대신 열과 압력을 이용해 대나무를 틀에 넣고 한 번에 찍어 눌러서 만드는 것이다.

핫프레싱 공법을 이용하면 대나무 칫솔의 표면이 매끈하게 정리되고 강도도 올라간다. 열과 압력으로 대나무를 누르면 안에서 기름이 나와 표면이 코팅되기 때문이다. 중국산 대나무 칫솔은 대나무 결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사용을 하다 보면 가시가 일어나 입안에 상처를 주는 경우도 발생한다. 박 대표는 “닥터노아 대나무 칫솔은 기름으로 코팅돼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오랜 시간 사용해도 처음 사용할 때의 형태를 유지한다”며 “단단해진 대나무에 칫솔모를 고정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칫솔만큼 칫솔모가 잘 빠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닥터노아는 핫프레싱 공법으로 규격화된 칫솔을 대량 생산하면서 생산 단가를 낮췄다. 닥터노아는 칫솔 제작부터 검수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칫솔 1개의 제조 원가를 2020년 초 2만 원대에서 올해 1000원 이하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플라스틱 칫솔의 제조 원가인 개당 350원보다 더 낮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 판매량은 2020년 3만 개에서 2021년 75만 개로 성장했다. 올해는 100만 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노아는 고체 치약과 치실, 가글 등으로 생산 제품을 늘리고 있다. 박 대표는 “단순히 대나무 칫솔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구강 건강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며 “사람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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