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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시원한 가창력-강렬한 앙상블 군무

입력 2022-11-24 03:00업데이트 2022-1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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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리뷰
2007년 국내 초연후 15년만의 무대
댄스 뮤지컬 효시… 노래-춤 돋보여
백인 청년 갱단 제트 출신 토니(왼쪽·박강현)와 푸에르토리코계 갱단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여동생 마리아(한재아)가 몰래 만나 사랑을 나누고 있다. 쇼노트 제공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슬럼가를 재현한 무대. 막이 오르면 폴란드계 백인 청년 갱단 ‘제트’와 남미 푸에르토리코계 갱단 ‘샤크’가 맞붙는 장면이 펼쳐진다. 틈만 나면 다투는 두 갱단을 화해시키고자 뉴욕 경찰이 개최한 무도회에서 제트 출신인 토니(김준수 박강현 고은성)와 샤크의 리더 베르나르도(김찬호 임정모)의 여동생 마리아(한재아 이지수)가 첫눈에 반해 춤을 춘다.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두 갱단 소속의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17일 개막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2007년 국내 공연 후 15년 만에 관객을 만났다. 195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원작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몬터규와 캐풀렛 가문은 제트와 샤크 갱단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은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으로 변주됐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는 당대 최고 창작자들이 함께 빚어낸 명작으로도 유명하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로프’로 유명한 아서 로렌츠가 각본을 쓰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을 맡았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원작자인 스티븐 손드하임이 작사를, 조지 발란신의 뒤를 이어 뉴욕시립발레단 2대 예술감독에 올랐던 제롬 로빈스가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

이야기는 갈등과 분노, 증오만 존재하던 두 갱단 사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끼어들면서 생겨나는 균열을 따라간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토니와 마리아의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엄청난 분열을 낳고 상황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기승전결을 벗어나진 않아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에 화려함과 독창성을 더하는 건 노래와 안무다. 김준수, 박강현, 김소향 등 가창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은 높고 낮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오가는 넘버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2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완성되는 음악은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댄스 뮤지컬의 효시라 불릴 정도로 ‘웨스트사이드스토리’에선 춤이 중요하다. 주·조연뿐 아니라 앙상블 배우에게도 각각 배정된 안무가 있을 정도다. 특히 1막 초반 제트와 샤크가 한데 어우러져 선보이는 앙상블 군무 장면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푸른색 계열의 의상을 맞춰 입은 제트와 붉은색 계열의 샤크가 양쪽으로 나뉘어 시원시원한 군무를 펼친다. 애크러배틱을 연상케 하는 안무 동작은 큼직할 뿐 아니라 정교하다. 다만 안무 강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군무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마이크로 배우들의 숨소리가 전해지는 건 아쉽다. 내년 2월 26일까지, 7만∼16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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