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이재명과 27년 인연… ‘왕실장’으로 불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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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최측근 구속]
‘성남시민모임’서 李와 처음 만나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결재문건 검토
李, 정진상 구속뒤에도 “정치적 동지”

18일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8일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뇌물 등의 혐의로 19일 구속된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재명 대표와 30년 가까이 함께한 ‘복심’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측근 그룹에서 정 실장의 위상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수감 중)보다 한 단계 높다고 한다.

검찰에 따르면 정 실장은 1995년 시민단체 ‘성남시민모임’을 통해 ‘변호사 이재명’을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성남에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 운동권 인사들이 시민단체 등에서 다수 활동했는데, 전대협 출신인 정 실장도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2004∼2008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던 정 실장은 이 대표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를 다수 작성했다. 검찰은 정 실장 압수수색영장에 “이 대표가 운영하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했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사무장으로 일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정 실장이 이름을 알린 건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된 뒤부터다. 정 실장은 시장 인수위원회 간사를 맡았고, 그해 7월부터 성남시 정책비서관에 임명돼 8년 동안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당시 시의회에서 “모든 것은 다 거기(정 비서관)를 거쳐야 시장님(이 대표)한테 결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란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정 실장은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에도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있으면서 ‘왕실장’으로 불렸다. 검찰은 영장에서 “이재명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중 자신에게 결재 상신된 문건에 대해 사전에 모두 정진상의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고 적시했다.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다. 당시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한 야권 인사는 “중요한 일에는 모두 정 실장이 관여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검찰도 정 실장과 이 대표를 27년간 운명을 함께한 ‘정치적 공동체’ 관계로 판단했다.

올 8월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합류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된 김 부원장과의 위상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성남시의원을 지낸 선출직 출신인 김 부원장과 달리 정 실장은 이 대표의 실무와 전략을 도맡았기에 대표실로 직접 들어와 일한 것”이라며 “정 실장이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까지 총괄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 실장 구속 후에도 페이스북에서 그를 ‘정치적 동지’라고 부르며 여전한 신뢰를 드러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진상#이재명#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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