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간시설 파괴 전술에… 우크라 ‘혹독한 겨울’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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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전투 밀리자 민간시설 공격
우크라 동사-아사 등 속출 우려
“겨울철 잠시 나라 떠나달라”

구호품 향해 뻗은 손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남부 헤르손주에서 18일 시민들이 구호물품을 받으려 
몰려들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헤르손 지역 전력망을 비롯한 기간시설을 파괴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겨울철 민간인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헤르손=AP 뉴시스
구호품 향해 뻗은 손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로부터 수복한 남부 헤르손주에서 18일 시민들이 구호물품을 받으려 몰려들었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헤르손 지역 전력망을 비롯한 기간시설을 파괴해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등 겨울철 민간인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헤르손=AP 뉴시스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우크라이나에 ‘혹독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난방 전기 가스 수도 등 생존 필수 시설이 타격을 입게 돼 동사(凍死) 아사(餓死) 등 대규모 민간인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 기업이 “서너 달 나라를 떠나 있어 달라”고 할 정도다.

18일 미국 CNN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의 기간시설 파괴 전술 때문에 생사(生死)의 기로에 놓였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주요 전투에서 고전하자 지난달 중순 전장이 아닌 민간인 거주 지역 시설을 파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양측은 북부 하르키우, 동부 돈바스, 남부 헤르손에서 교전 중이지만 러시아 미사일은 수도 키이우, 서부 르비우 등에 떨어지고 있다.

CNN은 “러시아가 과거 시리아 독재정권 편에서 시리아 반군과 싸울 때 쓴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술을 써서 ‘시리아의 도살자’로 불렸던 세르게이 수로비킨이 현재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이다.

헤르손 지역 언론인 빅토리야 노비츠카는 CNN에 “집에 빛, 물, 난방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거리에 음식과 물을 배급 받으려는 주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휴대전화 충전이나 목욕조차 쉽지 않다. 밤에 촛불에 의지하는 가구가 상당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에너지 테러”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DTEK 막심 팀첸코 대표는 19일 영국 BBC를 통해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국민이 서너 달 나라를 떠난다면 전력 수요 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종전(終戰) 협상을 재촉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19일 “협상 여부와 시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그 누구도 그에게 협상 테이블로 나가라고 압박하거나 눈치를 주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캐나다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러시아가 힘을 회복하기 위한 짧은 휴전, 전투 중단을 모색하고 있다”며 “결국 (협상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독재자 친구들이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긴다면) 그들은 핵무기 보유가 ‘사냥 면허’를 줄 것이란 결론을 내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하우릴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연말까지 크림반도에 진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내년 봄이 가기 전 전쟁이 끝날 것 같다”고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우크라이나#러시아#혹독한 겨울#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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