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남부 요충지 헤르손 되찾아… 젤렌스키 “역사적인 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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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만에 탈환… 최대 전과 꼽혀
러軍, 군복-포탄 버리고 급히 탈출
양측, 곡물 수출 합의 연장 협상재개
우크라, 휴전 협상 가능성은 일축

우크라 국기 들고 환호하는 헤르손 시민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 
시민들이 12일 도심에서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누리고 있다. 헤르손 수복은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헤르손은 우리의 것이다.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헤르손=AP 뉴시스
우크라 국기 들고 환호하는 헤르손 시민들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 시민들이 12일 도심에서 국기를 흔들며 기쁨을 누리고 있다. 헤르손 수복은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우크라이나군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헤르손은 우리의 것이다.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헤르손=AP 뉴시스
우크라이나가 올 2월 러시아에 침공당한 직후 빼앗겼던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8개월 만에 사실상 탈환했다. 이는 수도 키이우, 동부 하르키우 수복에 이어 우크라이나가 거둔 최대 전과로 평가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2일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 군이 헤르손에 접근하고 있고, 특수부대는 벌써 도시에 도착했다”며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헤르손은 이제 우리의 것”이라며 헤르손 탈환을 공식화했다.
○ 젤렌스키 “헤르손 우리의 것, 역사적인 날”
러시아의 후퇴에 따라 우크라이나 경찰과 공영 TV·라디오 방송도 이날 헤르손에 복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헤르손시 자유광장에는 우크라이나 깃발이 휘날렸고 군인들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고 BBC가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9일 시작된 헤르손 철수 작전이 이날 오전 5시에 병력과 무기, 장비 손실 없이 모두 완료됐다고 밝혔다. 헤르손 인근 러시아군 진지에 군복과 식량은 물론이고 박격포탄까지 버려져 있어 러시아군이 황급히 탈출한 정황이 나타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헤르손주 행정부 부수반인 세르히 클란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군 다수가 헤르손을 떠나려다 드니프로강에서 익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헤르손 탈환은 2월 24일 개전 후 우크라이나가 거둔 최대 전과 중 하나로 꼽힌다. 헤르손주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육로로 잇는 전략적인 요충지로 러시아는 이 지역을 사수하려 심혈을 기울여 왔다. 러시아는 9월 말 이 지역을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과 함께 러시아 영토로 강제 편입했다.

이번 철군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겐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BBC는 “푸틴 대통령이 후퇴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완전히 철수했는지를 의심하며 경계하는 모습이다. 러시아군이 밝힌 대로 3만여 명의 병력을 이틀 만에 완전 철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유리 사크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보좌관은 영국 BBC에 “긴장을 풀기엔 너무 이르다”며 “지금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지만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우크라 “러, 협상 관련 진지한 징후 없어”
우크라이나가 내건 평화협상 조건 중 하나인 영토 수복이 점차 속도를 내고 러시아는 수세에 몰리면서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휴전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의 ‘참여 중단’ 통보로 중단됐던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 합의를 연장하기 위한 협상이 마침 11일 재개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2일 “푸틴 대통령과 수일 내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12일 “러시아가 진지하게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징후도 없다”고 지적했다고 미 CNN이 보도했다. 15,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각국 정상이 러시아와 같이 서길 원하지 않아 단체사진을 촬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G20 정상회의에는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우크라이나#헤르손#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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