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차 SCM, 한미동맹과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국방부 장관 기고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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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치고 SCM의 결과와 의미를 설명하는 글을 본보에 보내왔습니다. 이번 SCM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됐습니다. 한미 동맹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 확장 억제 공약을 강화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대북 억제 방안을 구체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편집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지금 한반도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 공세적인 핵정책 법제화 등으로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올해에만 벌써 31차례가 넘는 탄도미사일 발사와 의도적인 9·19남북군사합의 위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물론이고 7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채 한반도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렇게 엄중한 안보 상황 속에서 한미 국방부는 11월 3일 워싱턴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Security Consultative Meeting)를 개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개최된 이번 SCM은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재확인하고, 한미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국방장관회담으로 조성된 동맹의 협력 모멘텀을 가속화하여 양국 간 주요 안보 현안을 크게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한민국의 확장 억제 실행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다. 양국 국방부는 이번 SCM을 통해 확장 억제 실행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그 어느 해보다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했다. 주요 성과는 다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한미는 전술핵을 포함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결국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SCM 공동성명에 최초로 반영했다. 이는 ‘북한의 핵 사용을 일절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지의 천명이며, 미국의 ‘2022 핵태세보고서(NPR)’ 내용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의 핵 선제 사용 위협, ‘비핵화 협상 불가’ 입장 고수,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등 노골적인 핵 사용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진 한미 동맹의 논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둘째,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실질적인 억제 및 대응 방안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한미는 다양한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3년 작성된 맞춤형 억제전략(TDS·Tailored Deterrence Strategy)을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핵전략과 능력 변화에 대응하여 양국 국방부 간 북한 핵 사용 시나리오에 따른 군사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Table Top Exercise) 정례화를 통해 북한의 핵전략과 운용 변화를 고려한 실효적 대응책도 강구해 나가기로 하였다.

셋째, 양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주시하면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빈도 및 강도 확대를 포함하여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앞으로 전략자산의 대상, 이동, 전개, 훈련 등을 사전에 긴밀히 조율하여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 능력과 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SCM을 계기로 양국 국방장관이 미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방문하여 미 전략자산의 능력과 작전 운용을 점검한 것은 전례가 없었던 조치였다. 향후 미국이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한국에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양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서의 국방 협력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특히 미국 주도의 우주 분야 다자연합훈련에 참여하기로 했다. 또 북한의 불법적인 정보 탈취 방지를 위한 사이버 협력도 심화하기로 하였다. 이에 더해 양자, 센서, 전자전, 인공지능, 자율기술, 지향성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도 과학기술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한미 동맹 협력의 지평을 넓혀 나가기로 했다.

이번 SCM은 한미 군사동맹을 상호보완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관심과 노력을 재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SCM에선 최근 독자적 첨단무기체계 개발과 방산 수출 증대 등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방과학 기술력과 국제적 위상에 대한 미국 조야의 관심도 체감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한미동맹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안보 현안을 넘어 우주, 사이버 등 첨단 국방기술 분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국방부는 이번 SCM을 통해 합의된 현안들을 내실 있게 실천함으로써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미래지향적 동맹으로 발돋움하도록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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