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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수십가지 색 쌓아 조각칼로 깎아낸 ‘장인의 손길’

입력 2022-10-06 03:00업데이트 2022-1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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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이 된 故 김태호 화백 개인전
“캔버스에 표현한 응축된 색감은
우연한 결과물 아닌 창조적 실천”
‘내재율’ 21점 전시… NFT 작품도
김태호 화백의 2022년 작 ‘Internal Rhythm 2022-57’(부분). 표갤러리 제공
“한 시대의 미의식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김태호의 ‘내재율’을 온전히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서울 종로구 표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질서의 흔적’ 입구에는 이런 글이 관객을 맞는다. 지난달 15일 시작한 김태호 화백(1948∼2022)의 개인전은 4일 작가가 세상을 떠나며 유작전이 됐다. 갤러리 측은 “당초 이달 14일까지 전시할 예정이었지만 반응이 뜨거워 27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작가가 별세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시에서는 김 화백이 1995년부터 작업을 이어와 대표작으로 자리 잡은 ‘내재율(內在律)’ 연작 가운데 21점을 선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 올해 작품(6점)까지 두루 볼 수 있다. 특히 눈길이 가는 작품은 ‘Internal Rhythm 2022-57.’(2022년) 고인이 최근에 작업한 작품으로 주황빛이 맴도는 독특한 분위기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분홍과 노랑, 초록빛도 발견할 수 있어 더욱 오묘하다.

김 화백은 살아생전 자신의 작업에 대해 “우연성이 아닌 철저한 장인 기질에 바탕을 둔 창조적 실천”이라고 했다. 그가 캔버스에 표현한 응축된 색감이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작가는 캔버스 위에 격자 선을 그은 뒤 20여 가지 색을 붓질로 쌓아 올린다. 한 겹의 물감이 마르고 난 뒤 다음 물감을 덧입히기에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수십 가지 색이 쌓여 두께가 1.5cm 정도에 이르면, 조각칼로 이를 깎아내며 벌집 같은 겹겹의 방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작품인 ‘Internal Rhythm 2018-63’(가로세로 132×195cm)을 보면 작가가 작품에 더한 심혈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김 화백은 작품 속 벌집 모양의 수많은 ‘사각 방’을 “저마다의 생명을 뿜어내는 소우주”라고 부르곤 했다. 온갖 형태와 빛깔을 지닌 다층적인 삶을 마주한 느낌. 표미선 표갤러리 대표는 “김 화백의 단색화에는 수행과도 같은 반복적 행위와 동양 사상이 담겨 있다”며 “멀리 떨어져 감상하기보단 나도 몰래 다가가 일렁이는 리듬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고 말했다.

김 화백의 디지털 작품도 함께 전시했다. 내재율 작품을 재해석해 영상으로 시각화한 대체불가토큰(NFT) 작품들이다. 미술계 최신 동향에 관심이 많았던 고인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NFT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공개한 NFT 작품 가운데 5점을 전시장에서 상영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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