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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백만송이의 장미’ 등 대중가요 41곡에 녹인 여섯 쌍 연인의 사랑

입력 2022-09-27 03:00업데이트 2022-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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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지난해 11월 경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초연된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공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하자 신난 사람들이 박진영의 ‘허니’를 부르고 있다. 극공작소 마방진 제공
193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이 일어난 1950년대, 1980년대 민주화운동 그리고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2002년까지…. 굴곡진 70년의 한국사와 함께해 온 연인들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른다. 다음 달 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선보이는 주크박스 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이 바로 그것. 총 여섯 쌍의 연인의 만남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근현대를 아울렀던 대중가요 41곡에 녹여 풀어냈다.

첫 곡은 가수 심수봉의 ‘백만송이의 장미’.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생이별하게 된 남편 임인수(라준)와 아내 함순례(강하나)가 함께 부르는 곡이다. 회한의 세월이 지나 등 굽은 노인이 된 두 사람이 노래를 부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첫 연인은 임인수의 부모 세대이자, 작품에서 가장 오래된 연인으로 등장하는 1930년대 독립운동가 임혁(정평)과 기생 김향화(신진경). 애틋한 사랑을 나눴던 두 사람은 임혁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만주로 떠나면서 이별한다. 이후 굵직한 시대적 역사를 배경으로 평범한 갑남을녀의 삶과 사랑을 주인공 삼아 극을 풀어낸다. 1960년대 군부독재 타도 시위에서 우연히 만난 규섭(김도완)과 희자(금보미),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 민철(문남권)과 미희(진초록)의 사랑 등이다.

시대를 가로질러 어디선가 봤을 법한 연애담을 친근하게 만드는 건 귀에 익은 넘버들이다.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가요들이 극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다. 1막에선 ‘빈대떡 신사’ ‘다방의 푸른 꿈’ ‘사의 찬미’ ‘낭랑 18세’ ‘임과 함께’ 등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명곡을 담는다.

아파트 공화국이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2막은 윤수일의 ‘아파트’로 시작해 ‘사계’ ‘어젯밤 이야기’ ‘빙글빙글’부터 ‘취중진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너의 의미’로 이어진다. 세대와 성별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에 친숙한 노래가 결합돼 대중성과 오락성을 겸비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2015년),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2014년), 뮤지컬 ‘광주’(2021년)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해 온 고선웅(54·사진)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한국사의 중요한 사실을 기억하고 영웅을 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굴곡진 세월을 묵묵히 견뎌낸 민초들의 삶을 기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연을 보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대를 이어 내가 여기 존재한다는 걸 느끼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대순으로 전개된 연인들의 이야기가 기승전결을 이루지만 극을 관통하는 하나의 서사가 없어 몰입감은 덜하다.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희극 연기도 매력적이다. 4만4000∼8만8000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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