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오존 유발 영세사업장… 규제보다 실질적인 지원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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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 생성물질 휘발성유기화합물 인쇄소-세탁소 등에서 다량 배출
저감설비 세탁기만 수천만원 모든 영세사업장에 보급 어려워
“친환경 세탁세제-인쇄잉크가 가장 현실적인 지원 방안으로”

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 골목에 인쇄소가 밀집해 있다. 도심에서 오존 생성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을 줄이려면 
인쇄소와 세탁소 등 소규모 배출사업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 골목에 인쇄소가 밀집해 있다. 도심에서 오존 생성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을 줄이려면 인쇄소와 세탁소 등 소규모 배출사업장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6일은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이다. 오존층은 25∼30km 높이 성층권에서 유해 자외선을 막아 지구 표면의 생명체를 보호한다.

성층권 오존은 이런 고마운 존재인 반면 지상의 오존은 유독한 대기오염물질이다. 흔히 ‘스모그’로 알려진 대기오염현상도 오존에 의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존을 들이마실 경우 호흡기에 염증을 일으키고, 심하면 중추신경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오존 자체는 미세먼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위험성이 간과된 측면이 적지 않다. 2016년 0.027ppm이던 전국 연평균 오존 농도는 지난해 0.032ppm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정부가 집중 관리에 나선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가 m³당 26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에서 18μg으로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 영세사업장에서 많이 나오는 오존 유발물질
태풍이 물러나고 날씨가 맑았던 7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인근의 인쇄소 골목을 찾았다. 내년 달력 등을 제작하느라 인쇄소들이 가장 바쁜 가을철에 접어들면서 대형 인쇄기가 여기저기서 돌아가고 있었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송민영 서울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오존 생성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때문에 냄새가 날 가능성이 높다”며 “맑은 날씨에 차량과 인쇄소가 많은 골목이라면 오존이 만들어지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말했다.

오존은 그냥 배출되는 게 아니라 화학물질들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차량 배기가스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NOx)이 또 다른 대기오염물질인 VOCs와 광(光)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다.


오존을 줄이려면 오존 생성물질인 NOx와 VOCs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특히 VOCs 저감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VOCs는 석유계 화합물로 인쇄소 잉크, 세탁소 세제, 도장시설 페인트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날씨 좋은 날, 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인쇄소 골목에서 오존이 많이 생성되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 강수일수가 적었던 올 5월에는 월평균 농도가 0.051ppm으로 역대 월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도 VOCs 배출 규제를 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VOCs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영세사업장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 인쇄소는 규제시설이 아니어서 해당 물질 배출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또 다른 VOCs 다량 배출업종 세탁소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수리시설 등 도장시설은 대기배출시설 4, 5종인 경우가 많아 오염물질을 자가 신고하기만 하면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대기 중 VOCs의 53%가 유기용제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 송 연구원은 “특히 서울은 유기용제 기여분이 84%에 달했다”며 “그런 유기용제의 50.7%가 인쇄소와 세탁소, 도장시설 등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 친환경 원료 지원이 가장 효과적
오존 수치가 계속 높아지자 정부도 영세사업장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세탁소 4곳에 VOCs 저감설비가 부착된 세탁기를 지원해 9개월 동안 오염물질 배출량을 살펴봤다. 저감설비가 달린 세탁기를 설치하면 세탁소 드라이클리닝 작업 등으로 발생하는 VOCs가 95%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소에는 VOCs를 흡수하는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문제는 설치 비용이다. 저감설비가 부착된 세탁기는 한 대 가격이 5000만 원에 달한다. 모든 세탁소에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인쇄소 역시 마찬가지다. VOCs 저감설비의 가격과 설치 비용이 너무 비싸다. 신규 사업장에 설치 권고를 할 수는 있지만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송지현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조금 비싸더라도 세탁 세제나 인쇄 잉크를 VOCs 발생이 적은 친환경 원료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는 시와 관련된 인쇄물을 주문할 때 친환경 잉크를 사용하는 인쇄업체에만 주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무로 인쇄소 골목처럼 한 공간에 같은 종류의 영세업체가 몰려 있으면 공동으로 저감설비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송 교수는 “기후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여름 일수가 늘어나고 오존 생성량도 많아질 것”이라며 “오존 원인 물질이 생기는 영세사업장에 대해 세밀한 저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오존생성물질#휘발성 유기 화합물#지원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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