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 A씨는 지난 7월19일 자신의 블로그에 “다른 반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바로 접니다”라며 피해 상황과 이후 대처를 자세하게 적어 올렸다.
먼저 A씨는 “제가 맞은 걸 정리해보면 주먹으로 머리 구타 5회, 오른팔 할큄 3회, 발 밟음 수차례, 의자 던짐 1회, 복도에 있는 유리창 발로 계속 참, 욕설은 수도 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머리를 구타당하는 동안 빠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폭행 장면을 찍었다고 밝힌 그는 “살기 위해 찍었다. 실컷 두들겨 맞고 나중에 아동학대로 걸리면 안 되니까요. (폭행) 5회 중의 2회는 확실히 찍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학생의 팔을 잡자, 학생은 팔을 할퀴고 발을 밟았다. A씨는 계속 학생을 잡고 버텼고, 학생이 진정하자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가 봐요. 힘내세요”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그는 “학생이 날 때릴 때 못 때리게 팔을 잡았고, 학생이 놓으라며 욕하고 발을 밟을 때 안 놔줬다. 학생이 진정할 때까지 학생을 못 움직이게 한 게 찝찝하다”며 “모든 사람에게는 신체적 자유가 있지만 그걸 제가 제한했다. 그거 풀어줬다간 제가 계속 두들겨 맞을 판인데 어쩌겠냐. 학생을 위해서든, 저를 위해서든 꼭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경상남도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연락해 자문했다. 교총 측은 학생이 놓아달라고 했으나 교사가 계속 붙들고 있는 행위에 대해 “법원에서는 아동학대라고 보고 있으며 보통 이 경우 ‘도망가라’고 한다”고 답했다.
다만 A씨가 폭행당하는 영상을 남겨놓고, 당시 다른 학생이 함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정상 참작 받을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교사가 도망가면 남은 학생이 폭행당할 텐데 그래도 되냐. 다른 학생이 없었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교총 측은 “남은 학생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다른 학생이 없었으면 ‘왜 도망 안 가고 힘센 교사가 힘 약한 학생을 제압했냐’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A씨는 교권침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 요구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교총에 따르면 증거 영상이 있으니 당연히 정신적 피해보상 요구를 할 수 있으나, 상대 쪽에서 아동학대로 맞고소할 수 있다.
이러한 답변에 A씨는 “실상을 알고 나니 소송할 마음이 더더욱 사라졌다. 그냥 안경 안 부러지고 살아남은 거로 감사해야겠다”며 “폭행 관련 병원에 진료기록 남기는 것도 돈이 들더라. 이것도 패스해야겠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A씨는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모든 반 학생을 데리고 대피하기로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며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을 잡으면 아동학대고, 풀어주면 다른 사람을 때리니까 다 같이 도망가야 한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그러나 도망가는 건 다른 반 학생일 때 써먹을 수 있다. 만약 저희 반 학생이 가해자라면 답이 없다. 도망가게 되면 수업권 침해가 된다”며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지진대피 매뉴얼(지침)처럼 이것도 매뉴얼을 달라. 교사가 샌드백 되는 게 가장 깔끔한 결말이냐”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학생이 할퀸 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A씨의 팔은 할퀸 자국대로 혈관이 터진 듯 빨간 자국이 가득했다.
이 글은 ‘요즘 학교 선생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갈무리돼 30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다.
누리꾼들은 “선생님의 담담한 어조가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바닥으로 떨어진 교권에 참담하다”, “읽는 내내 헛웃음만 나온다. 교사는 대체 어디서 보호받아야 하는 거냐”, “교사는 사람도 아니냐.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라니 참 답답하다” 등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