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린 학생 팔 잡았는데 아동 학대?”…교총 답변에 초등 교사 ‘허탈’

  • 뉴스1
  • 입력 2022년 9월 1일 10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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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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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교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이 가운데 경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했다고 토로한 글이 재조명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교사 A씨는 지난 7월19일 자신의 블로그에 “다른 반 학생에게 폭행당한 교사가 바로 접니다”라며 피해 상황과 이후 대처를 자세하게 적어 올렸다.

먼저 A씨는 “제가 맞은 걸 정리해보면 주먹으로 머리 구타 5회, 오른팔 할큄 3회, 발 밟음 수차례, 의자 던짐 1회, 복도에 있는 유리창 발로 계속 참, 욕설은 수도 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생에게 맞은 이유는 딱히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 학생이랑 그날 처음으로 얘기해봤다. 대학 선배와 군대 선임은 뭘 잘못했는지 알려주고 때렸는데 학생은 그런 거 없다”고 풍자했다.

머리를 구타당하는 동안 빠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폭행 장면을 찍었다고 밝힌 그는 “살기 위해 찍었다. 실컷 두들겨 맞고 나중에 아동학대로 걸리면 안 되니까요. (폭행) 5회 중의 2회는 확실히 찍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학생의 팔을 잡자, 학생은 팔을 할퀴고 발을 밟았다. A씨는 계속 학생을 잡고 버텼고, 학생이 진정하자 “오늘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가 봐요. 힘내세요”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A씨는 학생이 팔을 할퀴었다고 주장했다. (블로그 갈무리)
A씨는 학생이 팔을 할퀴었다고 주장했다. (블로그 갈무리)
교실로 돌아가던 A씨는 문득 자신이 아동 학대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학생이 날 때릴 때 못 때리게 팔을 잡았고, 학생이 놓으라며 욕하고 발을 밟을 때 안 놔줬다. 학생이 진정할 때까지 학생을 못 움직이게 한 게 찝찝하다”며 “모든 사람에게는 신체적 자유가 있지만 그걸 제가 제한했다. 그거 풀어줬다간 제가 계속 두들겨 맞을 판인데 어쩌겠냐. 학생을 위해서든, 저를 위해서든 꼭 붙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경상남도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연락해 자문했다. 교총 측은 학생이 놓아달라고 했으나 교사가 계속 붙들고 있는 행위에 대해 “법원에서는 아동학대라고 보고 있으며 보통 이 경우 ‘도망가라’고 한다”고 답했다.

다만 A씨가 폭행당하는 영상을 남겨놓고, 당시 다른 학생이 함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정상 참작 받을 수 있다고 봤다.

A씨는 “교사가 도망가면 남은 학생이 폭행당할 텐데 그래도 되냐. 다른 학생이 없었으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교총 측은 “남은 학생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다른 학생이 없었으면 ‘왜 도망 안 가고 힘센 교사가 힘 약한 학생을 제압했냐’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 A씨는 교권침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 요구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교총에 따르면 증거 영상이 있으니 당연히 정신적 피해보상 요구를 할 수 있으나, 상대 쪽에서 아동학대로 맞고소할 수 있다.

이러한 답변에 A씨는 “실상을 알고 나니 소송할 마음이 더더욱 사라졌다. 그냥 안경 안 부러지고 살아남은 거로 감사해야겠다”며 “폭행 관련 병원에 진료기록 남기는 것도 돈이 들더라. 이것도 패스해야겠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A씨는 “다음에 이런 상황이 오면 모든 반 학생을 데리고 대피하기로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며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을 잡으면 아동학대고, 풀어주면 다른 사람을 때리니까 다 같이 도망가야 한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그러나 도망가는 건 다른 반 학생일 때 써먹을 수 있다. 만약 저희 반 학생이 가해자라면 답이 없다. 도망가게 되면 수업권 침해가 된다”며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지진대피 매뉴얼(지침)처럼 이것도 매뉴얼을 달라. 교사가 샌드백 되는 게 가장 깔끔한 결말이냐”고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학생이 할퀸 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A씨의 팔은 할퀸 자국대로 혈관이 터진 듯 빨간 자국이 가득했다.

이 글은 ‘요즘 학교 선생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갈무리돼 30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다.

누리꾼들은 “선생님의 담담한 어조가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바닥으로 떨어진 교권에 참담하다”, “읽는 내내 헛웃음만 나온다. 교사는 대체 어디서 보호받아야 하는 거냐”, “교사는 사람도 아니냐.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라니 참 답답하다” 등 안타까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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