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산업현장] 6. 멤버십이 된 NFT... '어떤 커뮤니티에 들어가는게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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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2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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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열기는 빠르게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사회의 온도가 놀랄 정도로 뜨거워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로 한정해 보더라도 블록체인, 메타버스, NFT가 말 그대로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늘 그렇듯 자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현재 NFT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그러하다.

“NFT는 투자 혹은 투기의 수단일 뿐이다”라는 말에도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절반의 사실'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진 NFT를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신기술이 늘 그래왔듯,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들더라도 NFT는 다양한 산업에 접목돼 발전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NFT와 산업이 만난 현장을 취재하는 시리즈 기사를 준비했다.

커뮤니티 NFT, 핵심 키워드는 로드맵과 정체성

오래전부터 큰손을 위한 VIP 멤버십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특별 할인, 전용 라운지 이용, 기념일 선물 등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뉴욕 맨해튼의 해산물 레스토랑 플라이피시도 멤버십을 보유한 사람만 입장을 허용한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플라이피시의 멤버십은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플라이피쉬클럽, 출처=플라이피쉬클럽 유튜브
플라이피쉬클럽, 출처=플라이피쉬클럽 유튜브

플라이피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VCR 그룹의 CEO 데이비드 로볼리츠(david rodolitz)는 미 경제 매체 포츈에 “NFT로 토큰화된 멤버십은 자산이다. 사람들은 멤버십을 레스토랑에 입장할 때 쓰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NFT의 시작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인 프로필 이미지 PFP(Profile Picture)였다. 사람들은 밀레니얼 세대, Z세대, 부유층, 셀러브리티 등 특별한 정체성을 드러내길 원하는데, 이 정체성은 그걸 독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커뮤니티로부터 만들어진다. PFP는 SNS를 통해서 전시하면서 본인이 소속된 커뮤니티를 드러내는 용도로 쓴다. 트위터는 이미 유료 구독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통해 PFP NFT를 프로필로 설정할 수 있게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도 프로필에 NFT를 도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SNS에 전시하는 것만으론 어떠한 사업성을 띠긴 어렵다. SNS에 올리기 위해서 수천만 원, 수억 원에 달하는 NFT를 구매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NFT만으론 사업성이 생기진 않는다. NFT를 계속 소유하게끔 하는 별도의 모델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근엔 NFT 홀더에게 사용처가 있는 토큰을 주거나, 메타버스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 등장했다. 커뮤니티 안에서 유저가 해당 NFT를 기반으로 창작을 하고, 이를 NFT로 거래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NFT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로드맵이다. 로드맵은 개발팀이 제시한 NFT 프로젝트의 사업 계획서다. 공식 홈페이지나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콜라보레이션, 게임 혹은 메타버스 출시와 같은 내용이 담긴다. NFT를 어떻게 발전시켜 가치를 상승시킬지에 대한 약속이라고 보면 된다.

BAYC의 로드맵 2.0, 출처=BAYC 공식 트위터
BAYC의 로드맵 2.0, 출처=BAYC 공식 트위터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NFT 컬렉션 중 하나인 BAYC(지루한 유인원들의 요트 클럽)는 로드맵1.0을 완료하고, 지난해 로드맵 2.0을 발표했다.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로드맵 2.0에 적힌 대로, 작년 11월엔 BAYC 홀더를 위한 요트 파티가 진행됐다. BAYC의 개발팀 유가랩스(Yuga Labs)는 모바일 게임 이벤트 ‘Apes vs. Mutants’를 진행하면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에게 상품도 제공했다. 앞으로는 VR(가상현실)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3D BAYC 이미지도 제공될 예정이다. 2035년 계획이지만, 미국 마이애미에서 샌드박스를 통한 이벤트가 진행된다. 마이애미에 BAYC 멤버를 위한 클럽하우스도 설립된다.

BAYC가 추구하는 정체성은 명확하다. BAYC는 바닥가가 1억 원을 넘는 고가의 NFT로, 어느 정도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과 파티를 즐기는 스토리를 추구한다. BAYC 커뮤니티엔 지미 팰런, 스테판 커리, 일론 머스크 등의 유명인사가 속해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네트워킹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BAYC는 다른 NFT 프로젝트와 달리 저작권을 양도하는데, 상당수의 사업가와 기업들은 보유한 BAYC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로드맵을 볼 때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NFT 로드맵이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거창한 계획을 써 놓은 로드맵은 많지만, 프로젝트 개발팀이 러그풀(개발자가 투자금을 받고 잠적하는 일)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BAYC의 경우엔 로드맵2.0에 적힌 내용이 모호하고, 각 사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엔바토엘리먼트
출처=엔바토엘리먼트

둘째, 로드맵 내용이 정말로 본인에게 유용한지 따져보는 것이다. 앞으로 메타버스나 VR에서 해당 NFT를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더라도, 본인에게 이러한 기회가 정말 필요한지는 다른 문제다. 사업가라면 BAYC의 네트워킹은 매우 유용한 혜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프로젝트 실물 굿즈를 살 수 있고, 실체가 없이 모호한 메타버스에서 NFT를 사용하는 게 본인에게 유용할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업계에선 국내 NFT 이용자들은 NFT 로드맵과 정체성보단 투자 가치에 주로 주목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두 목표가 상충하는 건 아니다. 로드맵이 탄탄하게 작성되고 하나씩 이행되면서 프로젝트 정체성이 공고화되면, NFT 가치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다만, 투자 가치에만 집중하면 순간적인 등락에 매몰될 수 있다. NFT MANIA의 이광호 대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코인처럼 NFT 가치도 몇 배씩 오르기를 바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시장상황이 안 좋을 땐 시장 침체기가 더 길어질 것이며 장기적인 관점을 갖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광호 대표는 “NFT 커뮤니티가 형성돼 정체성을 표현하고, 함께 로드맵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이용자 풀이 넓어져야 한다. 지금은 코인을 거래하던 사람만 NFT를 구매하고 있다. 앞으로 법정화폐나 신용카드로 NFT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다면, 산업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NFT 구매 전, 프로젝트팀과 커뮤니티도 살펴보는 게 좋아”

커뮤니티형 NFT를 구매할 때 로드맵 이외의 어떤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IT트렌드를 연구하는 세컨드브레인 연구소 이임복 대표는 “프로젝트팀이 이용자와 얼마나 소통을 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는 오픈채팅방 3개를 운영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디스코드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의 커뮤니티 분위기를 자세하게 살펴보라고 권했다. NFT는 정보가 빠르게 갱신되기 때문에 커뮤니티를 통해서 항상 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은 리포트를 통해 “커뮤니티에서 가격에 대한 논의만 진행되고 있다면, 이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잘되는 커뮤니티엔 일상 공유, 구성원들 간의 게임과 재미있는 이벤트 소식이 많이 공유된다. SNS 팔로워 수도 너무 믿지 않길 바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쟁글 분석팀의 김재원 매니저는 “주요 경영진의 이력이 어떤지, 객관적인 기준에서 그림 퀄리티는 어떤지, 표절이나 인용이 있는지, 프로젝트의 스토리는 무엇이고 타깃은 누구인지, 스토리가 신선한지, NFT 커뮤니티에 인플루언서가 얼마나 있는지, 거래량과 홀더 수(토큰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돼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는 어떤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NFT를 구매하기 전엔 공식 파일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SNS 링크를 따라 찾아봐야 하며, 유명한 프로젝트지만 가격이 평균가보다 너무 저렴하거나 홀더가 적다면 의심이 필요하다.

출처=메타콩즈 홈페이지
출처=메타콩즈 홈페이지

NFT 프로젝트 관리 역량도 중요한 문제다. 경영팀이 프로젝트 관리를 어떻게 해왔는지, 이전에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한 적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 국내 인기 PFP NFT 중 하나인 메타콩즈가 최근 프로젝트 관리 문제로 곤혹을 치렀다. 두 차례에 걸쳐 해킹을 당하고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경영진 갈등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황현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두희 대표가 2억 원이 넘는 외제차를 법인차량으로 구매했다고 폭로했다. 경연진들은 폭로전을 벌였고 이후 두 명의 임원이 사임했다.

많은 NFT 프로젝트가 보안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하다.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는 보상을 받기도 힘들다. 블록체인 자문기관 클레버파트너스의 박진성 대표는 “해킹 문제는 관리자 부주의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메타콩즈도 공식 SNS 계정이 해킹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커들은 NFT 프로젝트 공식 SNS를 해킹하고, 해당 계정으로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면서 피싱 링크를 올린다. 이 링크를 누르고 선물을 받으려고 하면 지갑이 탈취된다. 박진성 대표는 “NFT 프로젝트 개발팀도 해킹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SNS 등의 관리자 권한을 세분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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