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인사난맥을 “前 정권 때는…”이란 말로 덮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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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했다. 사전 검증 실패를 지적하는 질문에는 “다른 정권 때하고 비교를 해보라”고 했다. 전날 “빈틈없이 발탁했다고 자부하고 전 정부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이어 전 정부보다 낫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줄 때는 “언론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말했다.

현 정부 초대 내각을 꾸리는 과정에서는 후보자를 둘러싸고 ‘부모 찬스’ ‘부동산 투기’ 등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 지역·세대·성별에 편중된 인사는 물론 ‘지인’ ‘동기’ ‘측근’ 등 정실에 가까운 인사도 끊임없이 논란을 낳았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는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인사 실패라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인사 자부’ 발언에 선뜻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박순애 장관만 하더라도 음주운전 경력 등 교육부 수장으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흠결들이 적지 않게 발견됐다. 이에 대한 검증을 공격이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인식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했고, 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 논란을 일으키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느냐”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전 정권의 허물이 현 정권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구실이나 핑곗거리가 될 수는 없다. 잘못된 관행은 진영을 떠나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과감하게 싹을 잘라내는 것이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가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을 복원하고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출범한 정부다. 여당 회의실 벽에 걸어둔 문구대로 임기 5년간은 ‘무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 정권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면 비교 대상이 아니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다.
#윤석열 대통령#출근길 발언#전 정권 비교#타산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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