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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국민 10명 중 8명 “안락사 허용해야”

입력 2022-05-25 03:00업데이트 2022-05-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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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엔 41% 찬성… 5년새 2배로… 찬성 이유로 “남은삶 무의미” 등 꼽아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 합법화 늘며 국민들 ‘품위있는 죽음’에 관심 커져
전문가 “웰다잉 사회적 논의 필요”
우리 국민 10명 중 8명은 임종을 앞둔 환자의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2018년부터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존엄사’만 허용하고 있다.

24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윤영호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2021년 3, 4월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6.3%가 안락사 또는 ‘의사 조력 자살’의 법제화에 찬성했다. 의사 조력 자살은 안락사와 비슷하지만 의사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는 약을 투약하는 것을 뜻한다. 안락사와 의사 조력 자살 모두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스위스,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허용하고 있다.
○ 5년 새 급증한 ‘안락사 찬성’
윤 교수팀은 안락사 법제화에 대한 인식을 꾸준히 조사하고 있다. 2008년과 2016년 조사에선 각각 응답자의 50.4%, 41.4%가 안락사 찬성 의견을 냈다. 2016년 조사 이후 5년 만에 이뤄진 이번 조사에서 안락사 찬성 비율이 2배 가까이로 오른 것이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 △좋은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 경감(20.6%) 등을 많이 꼽았다. 윤 교수는 “해외에서 안락사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국민들도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3월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87)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국가다. 의사 조력 자살을 돕는 비영리단체인 스위스의 ‘디그니타스(DIGNITAS)’는 2019년 “한국인 2명이 스위스에서 의사 조력 자살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2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한 이래 캐나다, 벨기에 등 유럽 및 북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안락사를 인정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콜롬비아도 이달 11일 중남미 국가 가운데 최초로 의사 조력 자살을 합법으로 인정했다. 다만 안락사 허용 국가라고 해도 의사가 환자의 치료 가능성과 기대 여명, 겪고 있는 고통 등을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 “사회적 ‘웰 다잉’ 논의 선행되어야”
전문가들은 최근 안락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는 만큼 ‘존엄한 죽음’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웰 다잉(Well-Dying·좋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안락사가 법제화된다면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유족에게 남겨지는 치료비 부담이 안락사 선택 이유가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도 안락사 찬성자의 14.8%가 ‘가족의 고통과 부담’을 찬성 이유로 들었다. 신현호 해울 대표변호사는 “비용 부담 때문에 안락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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