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개봉할 ‘토르…’ ‘미니언즈2’ ‘Sweet Child O’Mine’ 등 록 삽입
기성세대 “추억” 젊은층은 “신선”
내달 개봉 ‘엘비스’ ‘탑건’에도 레이디 가가 등 록 사운드 선율

노을 지는 언덕 위, 명상하듯 가부좌 튼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저렇게 뇌까리자 이내 등장하는 유명한 마블 스튜디오의 오프닝 화면. 강렬한 전기기타 연주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곡목은 미국 록 밴드 건스 엔 로지스의 ‘Sweet Child O’Mine’.
최근 공개된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7월 개봉 예정) 예고편의 한 장면이다. 이 예고편의 수많은 유튜브 리액션 영상에서는 저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수많은 누리꾼이 머리를 감싸 쥐거나 환호를 지르며 감동한다. ‘Sweet Child O’Mine’은 1987년 발표돼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기록한 곡. 토르의 팬들은 마치 35년산 위스키 병이라도 발견한 듯 자축하는 분위기다.
대형 스크린에 20세기 록 음악이 돌아오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계에서 차트 ‘역주행’이 보편화된 시대다. 옛 명곡의 삽입은 영화에 새 음악을 만들어 넣는 것만큼이나 유효한 상업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세기 록 스타일은 최근 힙스터 장르로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빌리 아일리시,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Z세대 팝스타들이 자신의 음악에 재현하거나 음악적 헌정을 하면서 젊은층이 새로 주목하고 있다.
더욱이 바야흐로 ‘엔데믹’ 시대다. 여름 대작 개봉에 가족 단위 극장 나들이 관객이 몰리는 소리가 벌써 들린다. 두 세대, 세 세대가 은막 앞에서 공유할 화제로 이런 음악이 십분 기능할 수 있다. 팬데믹이 닥치기 전에 여러 세대를 아우른 ‘보헤미안 랩소디’(2018년) 열풍도 떠오른다.
스크린이라는 돛을 단 20세기 록의 새로운 항해는 이달 발표된 슈퍼스타들의 신곡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팝스타 도자 캣은 6일 낸 신곡 ‘Vegas’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1956년)를 재해석했다. 프레슬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비스’(6월 개봉 예정)에 실린 곡이다. 레이디 가가는 3일 발표한 싱글 ‘Hold My Hand’에 호쾌한 록 사운드를 담았다. 다음 달 개봉할 ‘탑건: 매버릭’에 실릴 곡. 무려 36년 만에 나올 ‘탑건’(1986년)의 후속편이다.
‘엘비스’의 연출자 배즈 루어먼은 1960년대생, ‘탑건: 매버릭’ ‘토르: 러브 앤 썬더’ ‘미니언즈2’의 감독은 모두 1970년대생. 20세기 록에 향수를 지닌 세대다. 영화사 하늘의 최경미 이사는 “토르 시리즈의 경우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2017년)에 레드 제플린의 ‘Immigrant Song’을 사용해 화제가 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이번 편에도 메가폰을 잡은 만큼 자신만의 음악적 콘셉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와이티티 감독은 본인 연출작 ‘조조 래빗’(2019년)에서도 예고편에 미국 로커 잭 화이트, 본편에 비틀스와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를 등장시키며 음악적 취향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