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렁길 너머 수채화 같은 봄 풍경… 지친 마음 달래는 몽돌 파도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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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항 여수]여수 ‘금오도와 안도’
완만한 5개 코스로 이뤄진 비렁길
소나무 군락-동백숲 볼거리 다양
호수 닮은 해변에선 조용한 휴식

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 비렁길은 휴식과 힐링을 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이 있는 산책로다. 사진은 비렁길 5개 코스 가운데 동백 숲과 아름다운 해안 경치로 인기를 끌고 있는 3코스의 모습.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시 남면 금오도 비렁길은 휴식과 힐링을 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이 있는 산책로다. 사진은 비렁길 5개 코스 가운데 동백 숲과 아름다운 해안 경치로 인기를 끌고 있는 3코스의 모습.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는 보석 같이 빛나는 섬 365개를 품고 있다. 일부 섬은 돌산읍 향일암 금오산 정상에서 남쪽 바다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금오도, 안도, 연도, 대두라도, 소두라도, 나발도 등 37개 섬을 거느린 금오열도(金鰲列島)다. 이들 섬은 대부분 여수시 남면에 속해 있다.

금오도는 여수 앞바다의 강한 파도와 절벽이 만들어낸 다양한 해양 침식 지형을 보여준다. 금오열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이 금오도다. 금오도는 대부산(382m), 옥녀봉(261m), 망산(344m)이 솟아있고 해안을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늘어져 있다. 금오도 명소는 바로 낭떠러지 절벽을 따라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비렁길이다.

봄바람 맞으며 걷는 비렁길

금오도는 국내에서 21번째로 큰 섬이다.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섬이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으로 불렸고 섬 생김새가 큰 자라(鰲·오)를 닮았다고 해서 금오도라고 불렀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금오도 면적은 27km², 해안선 길이는 64.5km다. 대부분이 산이고 약간의 논이 있다. 토질 때문에 방풍나물과 취나물, 고구마 농사가 잘된다. 금오도는 자연이 살아있는 비렁길로 유명하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 사투리다. 비렁길은 금오도 주민들이 땔감과 낚시를 위해 다녔던 해안길이다. 걷다 보면 절벽 아래 파도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비렁길은 자라의 오른쪽 뒷다리에 해당하는 함구미 나루에서 시작해 바다를 끼고 장지까지 이어진다. 총 18.5km의 5개 코스를 완주하는 데 8시간 반이 걸린다. 5개 코스 대부분이 경사가 완만해 부담 없이 걸으며 수채화 같은 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최은순 금오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한적한 비렁길을 걸으며 휴식의 시간을 가지려는 탐방객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비렁길 1코스는 함구미∼미역널방∼송광사 절터∼신선대∼두포 구간의 5km다. 함구미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오솔길은 울창한 동백나무,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오솔길을 걷다 보면 미역널방 비경을 접할 수 있다. 미역널방은 옛날 어부들이 미역을 널었다는 낭떠러지 위의 넓은 바위다.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신선대도 볼 수 있다.

비렁길 2코스는 두포마을∼굴등 전망대∼촛대바위∼직포마을 3.5km 구간이다. 2코스는 바다 전망이 일품인 굴등 전망대,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던 장소인 촛대바위가 있다. 비렁길 3코스는 직포마을∼갈바람통 전망대∼매봉 전망대∼비렁다리∼학동마을의 3.5km 구간이다. 직포마을에는 300년이 넘는 노송이 떡 허니 버티고 있다. 붉은 동백 숲과 굽이굽이 벼랑을 에워싼 목재 산책길이 걷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바닥이 환히 보이는 비렁다리의 아찔함은 또 다른 재미다.

비렁길 4코스는 학동마을∼사다리통 전망대∼온금동 전망대∼심포마을 3.2km 구간이다. 내년까지 30억 원이 투입돼 116m 길이의 출렁다리가 만들어진다. 4코스는 비렁길 코스 가운데 가장 짧아 등산이 부담스러운 탐방객이 선호한다.

비렁길 5코스는 심포마을∼막개 전망대∼숲구지 전망대∼장지마을 3.3km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뿌려진 시루떡 모양의 납작한 돌들이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아찔함이 느껴진다.

최근에는 여객선에 승용차를 싣고 비렁길을 찾는 탐방객이 크게 늘었다. 주민 김모 씨(63)는 “코로나19 여파로 탐방객들이 비렁길 5개 코스 가운데 가고 싶은 코스 주변에 차량을 세워놓고 걷기를 한다”고 말했다. 1코스와 3코스는 중간에 반환지점이 있어 탐방객이 즐겨 찾는다. 특히 3코스는 동백꽃 군락지 등 경관이 수려해 탐방객에게 인기다.

넉넉하고 편안한 안도

장지마을 넘어 다리로 연결된 안도는 망망대해를 마주한 섬이다. 안도는 자갈밭 해수욕장과 풍부한 해산물, 역사와 문화를 가진 마을이다. 2010년 안도대교가 완공된 뒤 안도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웃 섬 금오도가 비렁길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안도도 유명해졌다. 안도는 섬의 형태가 기러기 모양과 같다고 해서 안도(雁島)로 불린다. 최근에는 편안할 안(安)자를 써 안도라고도 부른다. 섬 중앙에 위치한 상산(207m)은 완만하다. 정상에는 길게 늘어진 바위를 이용해 돌로 쌓은 봉수대가 있다.

안도 동쪽 백금포 마을 해안가의 안도 해수욕장은 하얀 모래사장이 일품이다. 모래가 깨끗하고 풍광마저 아름다워 백금포로 불렸다. 남쪽 이야포 몽돌밭 해수욕장도 절경을 자랑한다. 부드러운 몽돌밭은 바닷물이 몽돌 사이로 쓸려가는 소리가 아름답다.

안도에는 4월 ‘기러기 캠핑장’이 문을 연다. 마을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캠핌장은 폐교인 여남중 자리에 마련됐다. 캠핑장에서 안도마을과 호수 같은 바다 ‘두멍안’이 조화롭게 자리한 풍광을 마주할 수 있다. 안도마을과 두멍안은 한반도 형상을 이루고 있다. 김수희 안도 뉴딜300사업 사무장은 “기러기 캠핑장은 조용한 바닷가 휴식을 즐기기 제격”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한국의 미항#여수#금오도#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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