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강해지는 산불, 기후변화 때문이라고요?[강은지의 반짝반짝 우리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7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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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P, “갈수록 대형 화재 늘어난다” 경고
산불, 대기오염-생태계파괴-기후변화 가속화
한국 산불 발생 건수도 증가 추세

겨울철과 봄철 자주 발생하는 산불.
겨울철과 봄철 자주 발생하는 산불.
“중부와 영남, 전남에 내려진 건조특보는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화재사고가 연달아 들려오는 요즘인데요. 불이 나지 않도록 신경 많이 써주시기 바랍니다.” (22일 채널A ‘뉴스A’ 날씨예보 중)

24일 기상청 특보 발령 현황
24일 기상청 특보 발령 현황
요즘 이런 소식 자주 접하실 겁니다. 기상청은 이달 들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강원, 경상, 충청과 전라 일부 지역에 건조 특보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건조 특보는 건조주의보와 건조경보로 나뉘는데요.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35% 이하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 건조경보는 이보다 더 습도가 적어 실효습도가 25% 이하로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됩니다. 실효습도는 해당 지역 나무 나무들의 건조 상태를 반영해 산출합니다. 24일 기준으로는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와 경상 지역에 건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네요.

15~17일 발생한 강원 영덕 산불 진화 모습.산림청 제공
15~17일 발생한 강원 영덕 산불 진화 모습.산림청 제공
건조 특보가 내려진 상태에서는 특히 불을 조심해야 합니다. 올 들어 전국에서는 크고 작은 산불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10일까지 전국에 산불이 116번 났는데, 전년 동기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난 수치입니다. 산불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산림청은 14일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시켰습니다. 강원 영덕에서는 15일 발생한 산불이 17일까지 이틀간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내려 날씨가 건조한 겨울과 봄에는 산불이 자주 납니다. 어떻게 보면 계절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점점 더 지구가 뜨거워지고, 그로 인해 불이 더 크게 나는 것은 문제입니다. 더 강해지는 폭염, 그로 인해 더 기세를 끌어올리는 화재 등 이상기후 현상은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전망입니다. 이미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도 “극단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이 이제 ‘뉴노멀(새로운 정상)’ 상황”이라 진단한 바 있죠.
“대형 화재, 미래 환경 위협 될 것”

유엔 산하 유엔환경계획(UNEP)은 17일 ‘프론티어 2022(Frontiers 2022)’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총 4번 나온 이 보고서는 인수공통감염병 확산과 그로 인한 팬데믹 가능성,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 등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 문제들을 미리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소음과 대형 화재, 생태계 리듬 파괴가 앞으로 우리가 겪을 환경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았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프론티어 2022’ 보고서 표지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프론티어 2022’ 보고서 표지
오늘 주목할 환경 위협은 대형 화재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16년 사이 전 세계에서 불타 사라진 숲은 4억2300만㏊(헥타르)에 달합니다. EU 전체 크기와 비슷한 정도라고 하는데요. 화재들은 최근 더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2019년 약 6개월 간 지속된 호주 산불,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3개월간 이어진 대형 산불 등을 기억하실 겁니다. 이와 같은 대형 화재들이 2050년까지 30%, 2100년까지 50%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보고서에 담겼습니다.

대형 화재는 우리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우선 인명·재산 피해를 불러오는 것은 물론, 인근 공기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킵니다. 불이 타면서 생성된 블랙카본과 이산화탄소 등 각종 오염물질이 연기를 타고 퍼지기 때문입니다.

또 생태계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호주 산불로 캥거루 등 기존에 살던 동식물들이 살 곳을 잃었다는 것이 그 사례입니다. 화재로 사라진 생태계는 온전히 회복되는 데 수십 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기후변화를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숲이 머금고 있던 이산화탄소가 화재로 단번에 대기 중에 뿜어져 나오면, 지구가 따뜻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더 따뜻해진 지구에서, 불은 더 오래 타고 많은 지역으로 퍼지겠죠. 악순환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화재 규모와 빈도를 표현한 그래픽. 색이 크고 강할수록 화재 규모와 빈도가 잦다. 1970년대에 비해 2020년대 들어 화재가 강해지고 발생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화재 규모와 빈도를 표현한 그래픽. 색이 크고 강할수록 화재 규모와 빈도가 잦다. 1970년대에 비해 2020년대 들어 화재가 강해지고 발생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산불 발생 빈도는 가뭄의 심각성이 얼마나 커지는 지와 비례합니다. 해마다 대형 화재로 피해를 입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올해 최악의 가뭄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호수와 저수지, 강 수위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가뭄이 지속될수록 산불이 더 자주,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뭄은 더 심해지고, 그로 인한 화재는 더 강해지는 것. 기후변화로 이와 같은 이상기후현상들은 앞으로 더 잦아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미국의 가뭄 정도를 나타낸 지도. 미국 남부 지방일수록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미국의 가뭄 정도를 나타낸 지도. 미국 남부 지방일수록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산불 위험도도 증가 추세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2011~202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4737건. 이로 인해 사라진 산림은 1만1195㏊ 규모입니다. 면적으로 따지면 여의도 약 30개가 사라진 셈입니다.

산불 발생 건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474건인데요. 최근 3년치(2018~2020년)만 들여다보면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590건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1~2020년 산불 발생 건수 및 피해 면적.
2011~2020년 산불 발생 건수 및 피해 면적.
다른 자료를 봐도 이런 추세는 동일합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60년(1960~2020년)의 기상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1월 산불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산불위험도는 습도와 온도, 풍속, 강수량 등을 활용해 점수로 환산한 산불 기상지수로 나타내는데, 2000년 이후 1월 산불 기상지수가 2~4정도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산불 발생 위험성이 30~50% 높아진 수치라고 합니다.

산불 위험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온도입니다. 월 평균 온도가 산불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산림과학원은 설명합니다. 월 평균 온도가 1.5도 올라가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2도 올라가면 13.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0년대(2000~2020년)와 1980년대(1980~2000년)를 비교해 산불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3월이 가장 색이 진하다.
2000년대(2000~2020년)와 1980년대(1980~2000년)를 비교해 산불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붉은색으로 표시했다. 3월이 가장 색이 진하다.
올해 가뭄으로 고생하는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도 건조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월평균 강수량은 2.6㎜에 불과했습니다. 전국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래 최저치입니다. 이번 달도 몇 차례 눈이 내리긴 했지만 건조특보를 해제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겨울이 끝나가지만, 가뭄과 산불에 대해 안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의 58%가 봄에 집중돼있어서입니다. 특히나 2017년 이후에는 해마다 봄에 100ha 이상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2017년 강릉·삼척 산불(5월), 2018년 고성 산불(3월), 2019년 고성·강릉·인제 산불(4월)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산불 발생 원인.
산불 발생 원인.
대형 산불의 주 원인은 기후변화에 있습니다. 그러나 산불을 내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부터 조심해야 합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봄철 산불 원인은 대부분 사람이 버린 담배꽁초처럼 실수로 낸 불(33%)이나 소각 등(28%)이 절반 이상입니다. 올해는 우리 산과 생태계가 큰 화재 소식 없이 건강한 봄을 맞이하면 좋겠네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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