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석유 빼고도 물가 3% 상승… “안 오른게 없어” 서민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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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4개월 연속 3%대 상승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배추와 무가 쌓여 있다.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6% 오른 가운데 배추(56.7%)등 농축산물 물가가 1년 전보다 6.3% 상승하며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뉴스1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배추와 무가 쌓여 있다.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3.6% 오른 가운데 배추(56.7%)등 농축산물 물가가 1년 전보다 6.3% 상승하며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 뉴스1
지난해 본격화된 물가 고공행진이 월간 기준으로 4개월 연속 전년 대비 3%대 상승 폭을 나타내며 장기화하고 있다.

휘발유를 비롯한 기름값에 농축산물, 외식비, 공공요금 등 안 오른 품목이 드물 정도로 줄줄이 상승세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국제유가 상승세도 지속되고 있어 물가 인상이 상당 기간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안 오른 품목이 없다’ 고공행진 장기화

4일 통계청이 내놓은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6.4% 상승하며 물가 전체를 끌어올렸다. 택시, 장애인 차량의 연료로 많이 쓰이는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값이 34.5% 오른 것을 비롯해 경유(16.5%), 휘발유(12.8%) 등도 크게 올랐다.

‘밥상 물가’ 대표 격인 농축수산물은 6.3% 올랐다. 특히 축산물(11.5%) 상승세가 가팔랐다. 돼지고기(10.9%), 수입 쇠고기(24.1%), 달걀(15.9%) 등이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5% 올랐다. 2009년 2월(5.6%)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전기 요금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10.6%, 도시가스 요금은 올해 말까지 16.2% 인상하기로 예고돼 있는 등 공공요금은 대통령 선거 이후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3.0%를 나타내면서 최근 물가 상승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근원물가는 날씨 요인이 큰 농산물, 글로벌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출렁이는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매기는 지표다. 그나마 농산물, 석유류도 쉽게 진정될 상황이 아니라 2월 이후에도 소비자물가는 높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당분간 상당 폭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과 같은 소위 글로벌 공급 여파가 (물가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해 정부가 대응하는 데 일정 부분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 “국제유가 120달러 돌파할 수도”
최근 고물가의 최대 변수는 유가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2.3%(2.01달러) 오른 90.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JP모건체이스의 나타샤 커니버 원자재 분석 글로벌 헤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중 국내 휘발유값이 L당 18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가 상승에 원-달러 환율 인상까지 겹쳐 수입물가 부담이 커지면 ‘체감물가 상승→소비심리 위축→성장세 둔화’라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준금리(현재 연 1.25%)를 연 1.5%로 높여도 긴축으로 볼 수 없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다음 인상 시기는 4월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지만 2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소비자물가#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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