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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뒷날개]반대를 위한 반대… 그런 정치 말고요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인문사회팀장
입력 2022-01-29 03:00업데이트 2022-01-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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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김민하 지음/288쪽·1만7000원·이데아
출판사에 10년 다니면서 민주주의가 조직 생활에 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로는 부족하다. 관건은 실천이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요구하고 경영진과 협상하며 고객과 타협하고 동료를 돕는 건 사회생활의 핵심이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을 둘러싼 논란이 무기력을 증폭시키는 가운데 정치평론가 김민하는 일상의 정치와 주류 정치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 ‘K’의 저력이나 세대·젠더 갈등이라는 자극적인 주제가 아니라 그런 일들이 우리 공동체를 어떤 변화로 나아가게 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시작한다. 청년세대의 사회비평서 ‘추월의 시대’(메디치미디어·2020년), ‘K를 생각한다’(사이드웨이·2021년)에 비해 한국 정치를 일본, 미국과 비교하면서 긴 호흡으로 본다는 강점이 있다.

세상이 왜 나아지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동안 주류 정치는 이쪽이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 한다거나, 저쪽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이분법을 내놓았다. 반대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민주주의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거대 양당 사이를 오가는 진자 운동으로 수렴된다는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김민하의 특별한 점은 20대 남자 대 여자, 밀레니얼 세대 대 민주화 세대, 보수 대 진보라는 대립이 우리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정직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대목을 보자. 민간 임대차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한 정부 정책은 투기 세력에게 인센티브를, 실소유자에게 손해를 줬다는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모두가 나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대의는 설명되지도, 설명을 요구받지도 않았다. ‘바람직한 주택시장’을 만들기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통렬한 비평이다.

반대를 통해 자신의 이해를 정당화하는 현실 정치에서 각자도생 원리는 민주주의의 합의 절차에 비해 우세를 점해 왔다. 개혁세력은 기존 기득권층에 반대하면서 통치체제로 들어오지만 밖에서 비판했던 ‘적폐’를 제거할 수단은 그 안에 없다. 개혁에 실패한 집권세력에 대해 여전히 ‘의지’를 믿는 팬덤 정치도, 무능력자·거짓말쟁이라는 비난도 반대의 정치라는 소용돌이로 휘말릴 뿐이다. 이런 구조적 난점 앞에서 저자는 통치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치는 유능한 대리자에게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참여하고 책임지는 일이다. 그러려면 서로가 서로를 설득해야 한다.

먼 길을 거쳐 참여 민주주의로 돌아오는 이 책을 나는 개념 정의의 힘을 보여주는 인문서로 읽었다. ‘내가 통치자가 된다면’이라는 관점은 한국 사회에 흔한 방관과 냉소를 거부할 힘을 준다. 정치 뉴스를 보고 사회생활을 하며 설명을 바라는 마음,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들 때 애써 말문을 열어 대화를 시작할 힘이다.

신새벽 민음사 편집부 인문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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