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자리 반토막… 대졸 2000만명 ‘취업 빙하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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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1인당 일자리 1.52 → 0.88개… 올해 대졸자는 1076만명 사상 최다
中企 폐업 급증해 최악의 취업난, 사교육 규제로 사업 위축도 한몫
작년 청년실업률 14% 갈수록 심각

중국의 경기 둔화가 뚜렷한 가운데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거나 올해 졸업하는 중국 대졸자 약 2000만 명 중 상당수가 취업난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중국 정부의 무리한 사교육 단속으로 교육산업이 위축되면서 고용이 크게 줄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일자리 반 토막 났는데 대졸자 역대 최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런민대 고용연구소와 민간 구직 사이트 자오핀(招聘)이 공동 실시한 취업 관련 조사에서 지난해 4분기(10∼12월) 중국에서 신규 대졸자의 1인당 취업 가능한 일자리는 0.88개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2분기(4∼6월) 당시 0.79개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진 수치다. 지난해 2분기(1.52개)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시 칭화대의 졸업식 모습. 최근 중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대졸자 약 2000만 명 중 상당수가 취업난을 
겪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내 일자리는 지난해 2분기(4∼6월)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대졸자는 올해 
100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바이두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시 칭화대의 졸업식 모습. 최근 중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대졸자 약 2000만 명 중 상당수가 취업난을 겪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내 일자리는 지난해 2분기(4∼6월)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대졸자는 올해 1000만 명을 돌파해 역대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바이두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 대졸자는 크게 증가했다. 중국에서 지난해 대졸자는 909만 명이다. 올해는 1076만 명이 졸업할 예정이다. 올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런민대 고용연구소는 “지난해 4분기 대졸자를 고용하려는 수요는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2% 감소한 반면 지원자 수는 37.8%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용 수요 위축은 중국에서 중소기업 폐업이 급증한 것과 맞물려 있다. 중국에서 중소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 도시 고용의 80%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신규 등록된 중소기업보다 폐업한 중소기업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중국에서 지난해 1년 동안 중소기업 약 445만 곳이 폐업했다. 이는 같은 시기 새로 생긴 중소기업보다 3배가 많다”고 보도했다. 중소기업이 하루에 약 1만2000여 곳씩 사라진 셈이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4% 수준으로 낮아지자 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SCMP는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중국의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전략’은 소비를 억눌렀고, 산발적인 발병이 봉쇄를 반복시켰다”면서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과 운임 비용 등이 치솟자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일자리 원천 사교육 규제로 해고 속출
중국 정부가 사교육을 단속하기 위해 교육산업을 무분별하게 규제하면서 그 후폭풍이 대졸 취업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최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신둥팡(新東方)은 지난해 말까지 전체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4만여 명을 해고했다. 같은 업종인 가오투(高途)도 전 직원의 3분의 1 이상인 1만 명을 해고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사교육 단속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역시 지난해 8월부터 교육사업 부문 직원 수천 명을 해고했다.

지난해 베이징사범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사교육산업 취업자 1000만 명 중 300만 명이 정부 규제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나타났다. SCMP는 “중국에서 교육산업은 대졸자의 주요 일자리 창출 분야였다. 정부의 사교육 규제로 대졸자의 실업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갈수록 치솟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16∼24세 실업률은 14.3%에 이른다. 전체 실업률(5.0%)의 거의 세 배다. 청년들이 정부 일자리에 몰리면서 지난해 11월 치러진 중국 공무원 시험 ‘궈카오(國考)’에는 역대 최다인 212만 명이 응시했다. 전년도 응시자(157만 명)보다 35% 늘어난 수치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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