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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인공지능 기술로 그린 ‘GREEN 농업’… 지속가능한 지구를 꿈꾸다

입력 2022-01-07 03:00업데이트 2022-01-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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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여는 사람들’ 〈4〉
스마트팜 연구하는 초보농부 류희경 씨
전북 농식품인력개발원 실용농업교육센터에서 류희경 씨가 내달 시작되는 ‘자율온실경진대회’에 앞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심은 상추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해 11월 4일 네덜란드에서 치러진 ‘자율온실경진대회’ 예선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CVA 팀원들이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류희경 씨 제공
지난해 11월 4일 전 세계 2위 농식품 수출국가 네덜란드에 세계 농업인의 이목이 쏠렸다. 농업 부문 세계 1위 대학(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 기준)인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가 후원하는 ‘자율온실경진대회’ 본선 무대에 나설 팀이 이곳에서 가려지기 때문이다. 3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스마트팜 국제경진대회다. 농민보다 농사를 잘 짓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19년 처음 열렸다. 1, 2회 대회 때는 오이와 토마토를, 이번 대회에서는 상추 재배를 놓고 전 세계에서 날아온 17개 팀이 실력을 겨뤘다.

○ 스마트팜 세계대회 본선 진출


본선 진출 팀의 이름이 하나둘 불렸다. 마지막 1위 팀 이름만 남겨두게 됐다.

“CVA From South Korea.”

CVA는 전북도 농식품인력개발원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사업 교육생 류희경 씨(36·여)가 팀장을 맡고 있었다. 류 씨와 대학, 사회에서 연을 맺은 AI·머신러닝,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관련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등 7명이 팀에 참여했다. 팀명 CVA(Crop Vision and Automation)는 작물의 비전과 자동화 기술을 의미한다.

가상의 유리온실에서 상추를 얼마나 잘 키우고, 온실을 운영하는 AI의 알고리즘이 얼마나 잘 구현되는지를 평가했다. CVA는 최소 학습으로 최대 수익을 낼 수 있는 AI 알고리즘으로 예선전을 가장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다.

본선 대회는 다음 달 열린다. 실제 온실에서 AI로 상추를 키운다. 최고의 상추 재배 기술을 갖춘 네덜란드 농부와 본선에 진출한 5개 팀이 경합한다. 5월까지 재배 성과로 우승팀을 가린다.

본선을 20여 일 앞둔 4일 전북도 농식품인력개발원 실용농업교육센터. 이 센터는 2640m² 면적의 유리온실로 구성돼 있다. 교육생들은 온실에서 이론수업을 통해 배운 스마트농법을 실습한다. 류 팀장은 본선 대회를 앞두고 유리온실에 상추를 심는 한편으로 열화상카메라, 온도와 습도 등의 변화에 따른 성장과정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도 달았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온실 환경제어 시스템을 운용할 AI의 알고리즘에 적용해 본선에 참가할 예정이다.

팀을 이끌고 있는 류 팀장은 초보농부다. 20개월간 창업보육 교육을 마치고 올해 창농과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농업과 인연을 맺은 것도 2년여밖에 안 됐다. 서울에서 태어나 3세 때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에 갔다. 국제학교에 다니며 청소년기를 보낸 류 팀장이 고국으로 돌아온 것은 2005년. “대학만큼은 한국에서 다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아버지의 권유로 서울대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인도네시아는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요. 하지만 누구 하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미래에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우리나라 주도로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전략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만들어진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GGGI)에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일했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 근무하며 개도국의 성장도 도왔다.

○ “농업의 미래는 스마트팜에”


삶의 이정표에 변화가 생긴 건 2017년이다. 대학 시절 교내 연구소에서 인연을 맺은 중국인 친구와 함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비정부기구(NGO)를 중국에 만들면서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서식지 주변에 사는 농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농약과 비료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고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업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화학재료를 사용하는 농민들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농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걸림돌이었다. 농업을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때였다.

2018년 귀국해 귀농귀촌 교육을 받으며 스마트팜을 알게 됐고 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창업보육 프로그램도 접하게 됐다. 어느 곳에서 교육을 받을지 꼼꼼히 따져본 뒤 전북도 농식품인력개발원을 택했다. 2020년부터 전북 김제에 살면서 농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교육을 받으면서 농업의 미래가 스마트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제가 관심을 가진 잎채소는 노지보다 물 등 자원 활용도가 적어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어요.”

농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던 중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스마트팜 핵심 기술인 온실 환경제어 시스템을 보다 쉽게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꼭 필요한 장비고 가격도 비싸지만 운용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 팀장은 “작물을 키울 때는 변수가 많다. 현재 시스템은 농부가 이 변수에 맞춰 설정값을 조작 입력해야 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하다 보니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쉽게 스마트팜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류 팀장은 AI·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친구들과 팀을 꾸리고 온실 환경제어 시스템을 운용할 AI 알고리즘 개발에 공을 들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갖고 네덜란드로 날아가 성과를 인정받았다.

류 팀장의 올해 목표는 자율온실경진대회 본선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또 하나 지난해 김제에 문을 연 스마트혁신밸리의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자신만의 농사를 짓는 것이다. 류 팀장은 “농업의 미래인 스마트팜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초보도 당당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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