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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꿩처럼 고개 숙여… 유동규-정진상-이재명 라인 밝혀야”

입력 2021-11-27 12:39업데이트 2021-11-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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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를 자처하는 분은 끝이 안 좋더라. 저격수가 ‘내가 저격수다’ 말하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조용히 지내고 있다.”

11월 23일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회계사)가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의혹 공론화 주역으로 꼽힌다. 9월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경제민주주의21 논평, 유튜브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관련 의혹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기자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하면서 사안이 묻혀갈 즈음이었다. 김 대표가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등의 배당금 의혹, 대장동 분양 의혹을 차례로 제기하면서 사안은 급물살을 탔다.

“의혹 당사자 李에 대한 수사 부족”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박해윤 기자 land6@donga.com


김 대표를 만난 날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구속 기소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김씨와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의혹 핵심 인사다. 김 대표는 “검찰 입장에서는 과거 조국사태 때보다 수사 상황이 더 좋았다”면서도 “검찰 수사 결과를 봤는데 멍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검찰이 충분히 업무상 배임 혐의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기소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쌓인 정보가 일정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 기소에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의혹의) 수준과 지금 검찰이 요구하는 선 사이에 큰 간격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이 갖고 있는 관련 의혹을 고려할 때 수사 결과가 형편없었다. 시민단체와 언론이 밝혀낸 사실과 비교해도 그렇다. 대장동 개발을 본인이 설계했다고 주장한 바 있고 의혹 당사자이기도 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수사가 부족했다.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서 주요 쟁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공모 지침서가 김만배 씨 일당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작성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누가 기획했고, 최종 승인을 내린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밝혀야 한다. 정작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김만배 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협의해 모든 것을 기획하고 주도했다고 한다. 4조 원짜리 사업이 성남시에서 이뤄졌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의 승인 없이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 후보 측은 관련 문건에 서명한 것은 “공식적인 행정 절차일 뿐이었다”는 입장이다.

“맞는 말이다. 보고체계에 따라 보고 내용을 확인하고 승인했을 것이다. 사실상 후보의 혐의를 시인한 것 아닌가. 최소한 소환 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

유 전 본부장이 배임 혐의 대상으로 발표됐다.

“유 전 본부장 선에서 사안을 끝내려 한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4조 원짜리 사업이 어떻게 성남도공 일개 본부장 선에서 기획되고 마무리되나.”

이 후보는 “유 전 본부장에게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는데.

“할 말이 아니다. 4조 원짜리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확정 이익 형태로는 1822억 원밖에 거둬들이지 못했다. ‘속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기초적인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고 자인한 셈이다. 항상 본인 능력을 강조하면서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나. 평소 이 후보 모습에 비춰본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아파트 분양 사업에 아주 잠깐만 발을 들여도 대장동 개발은 대박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과이익이 누구에게 얼마나 귀속돼야 할지 등에 관한 의사결정은 본인이 내렸어야 한다. 유 전 본부장이 이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 후보는 ‘기초적인 인지 능력조차 의심되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책임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는데.

“드러난 혐의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한편, 이 후보 스스로도 입장을 밝혀야 한다. ‘도덕적 책임’이라는 다섯 글자로 회피될 사안이 아니다.”

“50억 그룹 수사도 미비”
경제민주주의21 등 여러 창구를 통해 9월부터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9월 초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했다. 당시만 해도 일이 상당히 빨리 진척됐다. 언론도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관계자들이 여러 발언을 하면서 팩트 체크도 빠르게 진전됐는데, 검찰 수사로 넘어가고부터 오히려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맥이 빠진다. 시민사회 일원이 하는 문제 제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자료 접근 권한 등에 제한이 있어 검찰 역할이 중요하다. 이 후보의 배임 혐의 등은 객관적으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강제성 있는 수사력을 동원해 수사를 진척해나가야 했지만, 밝혀진 혐의에 대해서도 꿩처럼 고개를 숙여버렸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민사회 일원으로서 어떤 지점에서 한계를 느꼈나.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른바 S사 관련자들을 소환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 이는 검찰이 밝혀야 할 부분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로 이어져야 했다고 보나.

“그렇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S사를 두고) ‘사설 법무법인’이라고 불렀다. 김만배 씨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50억 그룹’ 이야기인데, 성격을 잘 드러낸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과거 박근혜 정부 인사가 많이 연루됐다며 이번 사안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한다. 해당 부분도 수사가 부족하기는 매한가지다. 자본 및 의사결정 흐름을 잘 쫓아가며 수사했어야 하는데,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후보 역시 검찰 수사 결과에 불만을 보였다.

“이 후보조차 부실 수사라고 인정한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검찰개혁이 화두였다.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는 검찰개혁 결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후보가 주요 혐의자로 지목되면서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부실한 검찰 수사 때문이다.”

“구속 영장과 공소장 내용이 판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이 새로 밝힌 사실이 없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11월 22일 발표한 A4 용지 4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훑어봤다. 검찰이 새롭게 밝힌 사실은 ‘김만배 씨 일당이 유 전 본부장에게 5억 원 뇌물을 줬는데, 허위 급여로 자금을 마련했다’는 것뿐이다. 나머지는 언론과 여러 사람이 노력해 이미 밝힌 내용들이다.”

정부도 검찰개혁 진행 정도에 불만이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던 검찰개혁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이다. 이들이 말하는 검찰개혁, 최종 결과물로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고 하는 것이 결국 정권 비호를 위해 장막을 세우고, 반대자들을 수사 명목으로 탄압하려는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與 침묵, 수사 만족했다는 것”

검찰개혁이 정권에서 원하는 대로 완성됐다고 보나.

“검찰 칼날이 이 후보를 향했는데 민주당 인사, 극성 지지층 누구도 검찰개혁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본인들 스스로 검찰개혁 정도에 만족했다는 것 아니겠나. 그동안 구호로 외쳤던 검찰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보는 것이다.”

검찰개혁 자체는 찬성하는 입장인가.

“그렇다. 외형적 개혁이 아닌, 국가 권력과 경제 권력을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요체다. 민주당 의원들과 극성 지지층 사이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오르내릴 때는 본인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왔을 때뿐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는데 검찰개혁을 언급하는 것을 못 봤다. 대단히 선택적이고 위선적인 구호다.”

김 대표는 9월 29일 경제민주주의21 이름으로 ‘대장동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 수사 및 동일한 방식의 민관 공동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전수조사를 요구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당시 경제민주주의21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의 모든 자금 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발사업과 직접 관련 없는 법조계와 정치권 유력 인사들에게 왜, 어떤 근거로 거액의 보상이 이뤄졌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9월 29일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입장인가.

“민주당 일각에서는 ‘특검으로 가면 시간이 지체된다. 대선 전까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과거에는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 등을 통해 수사하는 방안을 얘기했다. 이제는 특검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도 검찰 수사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나.

“당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수사가 시작됐는데,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수개월 동안 뭉개지 않았나. 지금도 대장동 개발 의혹 수사 담당 검사들이 친정부 성향이라는 평이 많다.”

“동시 특검 정무적으로 나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0월 18일 경기 팔달구 경기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1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동아DB




이 후보도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등을 언급하며 특검 도입을 찬성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을 함께 수사하는 ‘동시 특검’을 주장한다. 내용이 매번 바뀌고 있지만 요지는 두 후보 진영에 제기되는 의혹 모두를 특검으로 가져가자는 것이다. 상대 진영에서 보기에 불공정한 측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방식이 정무적으로 나쁘다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자당 대선후보가 이와 같은 발언을 한 만큼 민주당은 특검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핵심 지점을 꼽는다면?

“유동규-정진상-이재명 라인이다. 의사결정 과정이 문서로 증빙되고 있다. 공모 지침서, 주주협약서, 사업계약서, 성남도공 정관·조례 등에서 나타난다. (사업 내용이) 성남시장에 보고돼야 하고, 성남시장은 이를 감시해야 한다는 의무가 적시됐다. 향후 유동규-정진상-이재명 라인이 핵심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곽상도 전 의원 등 관계자들도 당연히 조사해야 하고 자금 흐름도 쫓아야 한다. 다만 사업이 어떻게 설계되고 기획되고 집행됐는지를 찾아가려면 유동규-정진상-이재명 라인이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을 했는지 중점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6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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