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탄소 모범’ 스페인, 1년새 전기료 5배 급등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1-10-19 03:00수정 2021-10-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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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원자력 발전 줄여 ‘탈탄소’… 풍력-태양광-천연가스 발전 늘려
기상이변에 풍력발전량 급감하고 세계 에너지대란 전력 공급 차질
유럽 주요국 ‘원전 유턴’ 잇달아
스페인의 전기요금이 1년 새 5배로 급등했다. 탈(脫)탄소 정책에 따라 풍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높이면서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 비중은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내 전기요금 가격을 고시하는 기관인 이베리아 전력거래소(OMIE)는 18일 스페인 내 전력 평균 도매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평균 227.45유로(약 31만2600원)라고 밝혔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8일 평균가격(40.26유로)보다 5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전력 사용이 가장 많은 이날 오후 9시에는 MWh당 280유로(약 38만4800원)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스페인의 전기요금이 폭등한 이유는 2050년까지 모든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탈탄소 정책과 연관이 깊다고 일간 엘파이스는 전했다. 스페인은 1990년대 전체 전력 생산 중 석탄 화력발전의 비중이 40%가 넘었다. 유럽연합(EU)의 탄소 제로 정책에 맞춰 탄광 재정지원 중단과 폐쇄가 진행되면서 현재 석탄 화력발전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5% 수준으로 급감했다.

스페인은 2025년부터 2035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총 7개의 원자력 발전소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스페인에서 원자력 비중은 전체 전력 생산의 20%에 달한다. 화력과 원자력은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인 풍력 발전은 지난해 기준 22%, 태양광 발전은 6%까지 확대됐다.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중간 과정으로 평가받는 천연가스 발전도 3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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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고 있는 스페인은 EU 내에서도 모범적인 탈탄소 국가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스페인 해안 일대 바람의 세기와 빈도가 줄면서 풍력 발전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자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뿐 아니라 곳곳에서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전력 도매가격이 MWh당 540파운드(약 88만 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은 지난달 평균 도매용 전기요금이 MWh당 126유로(약 17만 원)로 연초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전력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 주요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탈탄소 정책을 수정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다시 높이는 유턴 전략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12일 프랑스는 원전과 수소 산업에 10억 유로(약 1조3800억 원)를 투입하는 ‘프랑스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영국은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 모듈원자로 건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벨기에도 2025년까지 전체 전력의 절반을 담당하는 7개 원자로를 폐쇄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전력난으로 지자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탈탄소 정책 속도를 늦추고 원전 활용도를 다시 높이는 등 나라마다 전력 대란을 막기 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탄소모범#스페인#전기료#탈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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