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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軍 3개월도 안돼 또… 성폭력 피해 女중사 숨져

입력 2021-08-13 03:00업데이트 2021-08-1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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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관 성추행’ 신고 5일만에
해군 女중사 극단적 선택한 듯
軍 ‘성폭력 엄단’ 약속했지만
공군 女중사 사망 이어 또 파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울=뉴스1)
부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해군 여군 부사관이 신고 5일 만인 1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가 사망한 지 3개월도 안 돼 유사한 사건이 재발한 것이다. 이 중사 사망 사건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서욱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고 성폭력 엄단을 약속했지만 군내 성추행 피해자의 사망 사건이 다시 발생하면서 군이 고질적 병폐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군 A 중사는 사건 수사가 진행되던 중 이날 2함대 인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5월 27일 인천 옹진군 한 섬에 있는 해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가해자 B 상사는 한 식당에서 A 중사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중사는 성추행 피해를 입은 당일 부대 주임상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해당 사실을 알렸다. 주임상사는 부대 차원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가해자에게 주의를 줬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로부터 72일 만인 이달 7일 A 중사는 부대장과의 면담에서 피해 사실을 알렸고 이틀 뒤인 9일에야 수사가 시작되면서 A 중사가 해군 2함대로 파견 조치됐다. 사건 74일 만에야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된 것. 특히 A 중사는 지난달 자신이 근무하던 부대를 방문한 여성 상담관에게 먼저 피해 사실을 알렸고 상담관이 즉시 이를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음에도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중앙수사대는 A 중사 사망사건 합동 수사에 나섰다.

해군女중사 성추행 피해 74일만에야 가해자 분리… 공군때와 판박이
성추행 77일만에 숨진채 발견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망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해군에서도 발생하자 두 달 전 서욱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내놓은 재발방지책이 공염불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해군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으로 군내 병영 폐습이 자정작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임계점을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도 이 중사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군의 성폭력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또다시 ‘먹통’이 됐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번 사망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 장관 등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이 중사 사건을 언급하면서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한 지 8일 만에 일어났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경기 평택 2함대 인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중사는 5월 27일 상관인 B 상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사건 당일 같은 부대 주임상사에게 이를 알렸지만 곧바로 정식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건 A 중사가 ‘피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보고했기 때문이라는 게 군의 주장이다. B 상사는 주임상사로부터 개인적인 주의 조치만 받았다고 한다.

이후 A 중사는 지난달 해군본부 여성상담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성추행 피해 발생 74일 만인 이달 9일에야 인천 옹진군의 한 섬에서 평택의 2함대로 부대를 옮겼다. 해군은 A 중사가 7일 부대장과 면담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부대 군사경찰에 9일 정식으로 신고 접수가 된 즉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지휘부 보고는 성추행 발생 77일 만인 12일 피해자가 숨진 뒤에야 이뤄졌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해군중앙수사대는 A 중사가 사망하기까지 해당 부대나 해군본부의 신고 및 보고체계나 피해자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 사건 때처럼 군내에서 회유와 은폐, 축소 시도 등 2차 가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부대 군사경찰은 10일 성고충상담관이 동석한 상태에서 피해자 조사를 실시했고 11일부터 B 상사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지만 하루 만인 12일 A 중사는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 사망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해군은 물론 각 군 수뇌부들도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서 장관은 A 중사 사망 사실을 보고받고 13일 다른 일정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 장관은 문 대통령이 이 중사 사망사건을 “병영문화의 폐습”이라고 규정하고 사과한 지 이틀 뒤인 6월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께서 우리 군의 자정 의지와 능력을 믿어주신 만큼 국민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춰 정의와 인권위에 ‘신병영문화’를 재구축하는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민관군 합동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군내 성폭력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엔 국방부 직할부대 소속 육군 장성(준장)이 부서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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